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올해 3월은 어느 때보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해마다 치러지는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북은 매번 전쟁불사의 대남 위협을 했고 여기에 더하여 3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국면에 대한 북한의 정면돌파가 결합되면서 올 3월의 한반도 정세는 실로 엄중했다.

어린 중학생들도 전쟁을 실제 걱정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연일 전면전과 돌격명령의 상호 위협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더 위험한 것은 남과 북의 군이 앞장서서 강경함과 단호함을 에스컬레이트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북한은 이제 임의의 시간에 임의의 대상을 공격해도 무방하다는 논리적 정당성을 확보했고 도발원점뿐 아니라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는 우리 군의 결연함은 북한 지도부까지 제거하겠다는 확전불사의 의지를 과시했다. 군과 군이 맞서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마치 팽팽히 당겨진 고무줄 같은 형국이다. 바짝 당겨진 고무줄이 끊어지는 순간 통제 불능의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미 말로는 전면전 상황이다.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의도되지 않은 돌발 상황이 갑작스레 불을 붙이는 경우이다. 최고지도자와 상부의 준비된 기획이 아니더라도 아래 단위에서의 비자발적인 충돌도 지금 상황에선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 어선의 NLL(북방한계선) 월선과 남측의 경고사격만으로도 지금은 남북 모두 전면전을 불사해야 한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사소한 총격전도 곧바로 전면적 교전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하부단위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사소한 충돌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만약 북이 남측 영토와 인명에 대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한반도 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대남 도발은 지금 시기 남측으로서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고 즉각 보복과 응징에 나서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군은 연평도 포격 당시 미흡한 대응이라는 씁쓸한 기억 때문에라도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단호한 응전에 나설 것이고 이는 곧 전면전 불사를 의미한다. 최고조의 긴장 국면에서 대남 도발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북이 꼭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의 목표를 분명히 재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유엔 안보리를 통과한 2094호가 과거보다 강화된 제재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것으로 북이 완전굴복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나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북제재는 약속을 어긴 북한에게 책임을 묻고 결국은 북이 회담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이 태도를 바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함이 목적인 것이다. 결의안에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한 것도 그 이유다. 제재를 위한 제재는 지금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국제사회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남북관계의 끈을 유지해야 한다. 북의 도발 위협에 대한 단호한 안보 의지를 천명하는 것과 함께 남북간 핫라인과 대북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쟁 중에도 대화가 필요함은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언급한 바 있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에서 남북의 물밑 채널은 상대방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관계 전면파탄과 대화중단은 한반도를 상시적 긴장고조 상황으로 악화시켰다. 남북관계가 사라진 한반도는 공개적 상호 비난과 전쟁불사 발언만이 오고갔다. 지금도 남북은 최고지도자가 전쟁 의지를 강조하고 군은 전면전 불사를 서슴지않고 있다.

군사적 긴장 국면에서도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작동되면 긴장의 정도는 훨씬 완화될 수 있다.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 그 시각에 동해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오고가면 한반도의 전쟁위기는 그만큼 줄어든다. 남북관계야말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상황악화를 막을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제재와 대결 국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포기되거나 미뤄져서는 안 된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별들만으로 안보대책회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시기 한국 정부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려운 국면일수록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것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최우선의 원칙이다. 감정과 분노만으로 전쟁불사를 내뱉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억제와 안보는 호들갑으로 되는 게 아니다. 전쟁은 그 자체로 공멸이고 재앙이다. 아무리 값비싼 평화라도 가장 값싼 전쟁보다 낫다.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서울대 정치학과 졸 서울대 정치학 박사

통일부, 국방부, 청와대 자문위원 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 역임

2007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역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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