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한반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전쟁전야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지금 전쟁의 먹구름은 1993년 제1차 핵위기나 2003년 제2차 핵위기를 능가한다. 1950년 한국전쟁의 분위기를 느끼게 할 정도다. 백년숙적 북한과 미국은 이 시간에도 기껏해야 몇 미터를 사이에 두고 브레이크 없는 열차마냥 마주 보고 달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 조짐은 한반도에서 상존했다. 그 폭발은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비롯됐다. 미국과 그 추종 국가들은 미국전략사령부조차 ‘KMS 3-2’라고 명명한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가 우주를 돌고 있는데도 미사일 발사로 규정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결의했다. 북한은 이에 대항해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또 다시 유엔 안보리는 3월 7일 새로운 대북 제재를 가했다. 북한은 이미 언명한 대로 ‘2차, 3차 대응’을 강구중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 와중에 공교롭게도 지난 1일부터 한.미연합 키 리졸브/독수리 군사연습이 시작됐다.

북한은 이미 5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2차, 3차 대응조치들을 연속 취할 것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는) 3월 11일부터 정전협정을 백지화해버릴 것’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활동 중지 및 판문점 북.미 군부 전화 차단 결단’ 등을 선언했다. 이어 7일 외무성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려고 하는 이상 우리 혁명무력은 나라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침략자들의 본거지들에 대한 핵선제 타격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핵선제 타격권’이 미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8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조선정전협정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3월 11일 그 시각부터 북남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들도 전면 무효화될 것이라는 것을 공식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일 북한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에 따른 후속조치인 셈이다. 그리고 9일에는 외무성 대변인이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와 위성발사국 지위가 어떻게 영구화되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며 ‘영원한’ 핵보유국가임을 명백히 밝혔다. 한반도비핵화가 영영 물 건너갔다는 말이다.

북한의 이 같은 격렬한 반발에 대해 미국이나 한국도 ‘심상치 않다’며 종전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그 대처나 해결책은 구태의연하다. 기껏해야 맞대응하는 게 고작이다. 그래도 설전(舌戰)의 수준은 북한의 그것을 능가한다. 5일 북한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이 나오자 6일 김용현 합참 작전부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군은 도발원점과 도발지원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7일에는 정전협정 문제와 관련 미국 측이 나섰다. 제임스 서먼 유엔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 사령관은 “유엔군 사령관으로 본인은 정전협정을 이행해야 할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나섰다. 이어 한국도 나섰다. ‘핵 선제타격 행사’를 밝힌 북한 측에 대해 국방부는 “김정은 정권은 지구상에서 소멸할 것”이라고 북한식 어조로 대응했다. 지금 북한의 움직임을 종전의 ‘벼랑끝전술’로 치부해선 안 됨에도 불구하고 한.미의 대응은 이렇듯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듯 상투적이다.

11일 키 리졸브 연습에 맞춰 북한이 정전협정을 백지화한다면 남북 간, 북미 간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현실화된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을 능가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정전협정이 백지화된다면 한반도는 곧바로 전시상황이 되는 셈이다. 아무런 제어장치가 없다. 화약연기가 언제고 날 수 있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 움직여야 한다.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가?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와 한.미 군사연습에 따른 반발이기에 선행조치를 할 게 없다. 한.미가 함께하는 전시와 같은 훈련상황에서 한국은 작전지휘권이 없기에 할 일이 없다. 문제는 미국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지나갔다고 치자. 그렇다면 키 리졸브 연습을 중단해야 한다. 이도 멈출 수 없는가. 마지막 수라도 찾아야 한다. 북한은 ‘조국통일대전’의 첫 포성으로 “한발의 포탄이라도 떨어진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미국은 정전협정 이행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한.미는 군사연습 중에 북한을 자극하지 마라. 그리하여 일단 전쟁의 위기로부터 한반도를 비켜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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