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비확산’(Non- proliferation)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주목됩니다. 이는 이른바 북핵문제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핵 비확산’을 뜻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행동이 ‘확산 위험(risk of proliferation)’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같은 날 국정연설에서도 ‘확산(spread)’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을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했는데 그 중심 표현이 ‘확산’에 대한 우려인 셈입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지난 13일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확산 노력에 위협이 되는 만큼 유엔 차원의 신속하고, 강력하고, 확실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보다 명확히 ‘비확산’을 거론했습니다. 아울러, 로버트 메넨데스(민주ㆍ뉴저지)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북핵 확산과 핵의 전용을 차단하기 위한 ‘2013 북한 비확산 및 의무 법’을 의회에서 가결 처리했다고 밝혀, ‘비확산’이 들어간 이 법안이 상원 전체회의로 넘겨졌습니다.

여기서 미국의 고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 차례 실험으로 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그것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탄두로까지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북.미 갈등과 대결 중에 언젠가 미 대륙을 향해 발사될지도 모를 ICBM. 미국이 느끼는 공포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보유를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그 핵이 외부로 이전되는 것만은 막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즉, 비확산이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상태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기술이 외부세계로 확산하는 것을 막자는 것을 뜻합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NPT 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안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달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직후 북한도 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9.19공동성명 사멸과 한반도 비핵화 종말’을 선언했으며, 이어 25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무효화 선언’을 한 터에 한반도 비핵화가 오리무중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입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한반도 비핵화’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이 짜여 져 있습니다. 박근혜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무효화 선언에 대응하고 또 미국의 북핵 ‘비확산’ 논란에도 대처해야 하는 이중의 위기 앞에 섰습니다.

향후 박근혜 새 정부가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풀고 또 비핵화와 비핵산 차이에서 오는 한.미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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