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최후의 정치적 보루마저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나마 남북관계 개선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제1야당이 대북 대결주의자들의 품으로 투항해 버린 것입니다.

지난 7일 북한의 3차 핵실험 대응책 모색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3자회동이 뚜렷한 해법 제시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풀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라 국내 정치세력들이 모인들 뾰족한 답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했습니다. 그렇다 쳐도 3자가 합의한 내용이 가관입니다.

3자회동 발표문은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북한이 최근 핵실험 등 도발 위협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이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는 상투적일 수 있기에 그렇다고 칩시다.

나아가, 발표문은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으며, 만일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등 도발을 강행할 경우 6자회담 당사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까지도 국제사회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하기에 그렇다고 칩시다.

계속해서, 발표문은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북한이 모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국제사회와 맺은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을 재차 촉구하면서, 북한이 진정한 협력의 자세를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서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함께 추구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고 일방적으로 북측의 변화만을 촉구했습니다.

어디를 보아도 남북이 대화를 통해 풀자는 구절은 없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속성상 그렇다고 칩시다. 박근혜 당선인도 여당과의 공조상 그리고 북측과의 기싸움상 일단 그렇다고 칩시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그래선 안 됩니다.

민주통합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이어온 정당입니다. 정세가 어려울수록 남북이 평화적인 대화로 풀자고 한마디라도 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표현이 발표문에 한 줄이라도 들어갔어야 합니다. 그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정당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대화는커녕 최근 돌아가는 위기 상황에 짓눌려 대북 대결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줘서야 되겠습니까?

로마시대 시저가 심복 부르투스에게 칼에 찔려 죽으며 “부르투스! 너마저도” 하고 외쳤다고 합니다. 이번 3자회동의 발표문을 보고, 남북관계에서 그나마 정치적 보루로 믿었던 민주통합당에 드는 생각입니다.

“민주통합당! 너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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