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이나 담화에 나오는 북한의 언명(言明)은 아주 확실하지만 가끔 여운을 남길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강력한 상대편과 맞서기에 언어도 일종의 무기화가 되어 모호성과 다의성을 띄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종종 외부세계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어느 땐 고의적으로 곡해를 하기도 합니다.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맞서 밝힌 ‘국가적 중대조치’를 놓고 그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지난달 27일 김 제1위원장이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에서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결심”을 표명했으며, 또한 3일에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나가는데서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사회는 김 제1위원장의 ‘국가적 중대조치 결심’, ‘중요한 결론’을 3차 핵실험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미 두 번이나 핵실험을 한 터에 한 번 더하기 위해 예전에 없었던 ‘국가적 중대조치’ 운운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 답이 밝혀졌습니다. 북한이 5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우리의 선택도 적대세력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될 것”이라고 밝힌 후 “핵시험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도달한 최종결론”이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가적 중대조치’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서 ‘핵시험보다 더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시험보다 더한 것’이라는 언명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나눴던 한 사건을 연상시킵니다. 당시 켈리 차관보가 북한의 핵개발의 증거를 제시하자 강 부상이 “물론 우리는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는 나아가 “더 강력한 것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다고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이른바 ‘북핵 시인’), 북미 사이에 1993년 ‘제1차 북핵파동’에 이어 ‘제2차 북핵파동’을 낳는 시초가 됩니다.

그러면서도 더 한층 관심을 끌었던 것은 북한이 밝힌 ‘핵보다 더 강력한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생화학무기이니 수소폭탄이니 레이저무기니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나 나중에 북한측에 의해 ‘지도자와 인민간의 일심단결’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북한이 밝힌 ‘핵시험보다 더한 것’은 무엇일까요? 2002년 북한이 ‘핵보다 더 강력한 것을 갖고 있다’고 했을 때 이는 ‘일심단결’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번에는 ‘핵시험보다 더한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을 때 이는 어떤 액션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엄중함과 파괴력이 더 크게 와 닿습니다.

가뜩이나 북한의 핵실험에 신경이 곤두 서 있는 국제사회는 ‘핵시험보다 더한 것’을 맞추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야 할 판입니다. 과연 ‘핵시험보다 더한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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