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오사카 총영사관 소속 영사가 재일동포를 상대로 "조선학교 지원 운동을 하지 말라"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고 있는 방청자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 관서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주 오사카 총영사관 소속 박 모 영사가 "재일 조선학교 지원 활동에 나서지 말라"고 말했다고 <통일뉴스>에 전했다.

심지어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것은 총련 조직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니 한국 가면 조사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협박을 받았다.

방청자 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박 모 영사로부터 총영사관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말을 들었다는 것. 당시 방 씨는 여권문제로 만나자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박 영사는 방 씨에게 조선학교 지원 활동을 언급하며 "요즘 총련과 친하게 지내고 조선학교 문제에 대해 운동하고 있어 조사하고 싶다"며 "총련과 관계가 없다고 해도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것은 바로 총련 조직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선학교는 총련 조직 밑이다. 조선학교를 통해 총련을 조직하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이니까 앞으로 한국에 가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겁박했다.

하지만 방청자 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관서네트워크' 공동대표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내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다만, 방 씨는 조선학교 지원과 관련해 집회 참가와 모금활동에 시민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방 씨는 "집회가 있으면 집회에 참가하고 모금활동 있으면 모금하고 그렇게 지원할 뿐이다.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여력이 없다"며 "일본에는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무상화 철회에 화가 난 사람들이 많다. 보통시민들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교육권, 인권 차원에서 지원한다. 나도 그에 따라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관서 네트워크' 단체차원에서 조선학교 지원활동에 참여해 방청자 씨 개인이 아닌 단체의 활동 중 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박 영사는 "당신 이름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이 있다. 그런 운동에 당신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해당 내용 확인을 위해 박 영사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 외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조선학교 지원 운동 빌미로 일본군 '위안부' 운동 훼방(?)'

이번 박 영사의 협박 중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조선학교 지원 문제를 얽어 문제시화 하려는 대목이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 영사는 방청자 씨의 지난해 한국 방문목적을 두고 "후지나가 교수와 조선학교 문제 때문에 활동하러 간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방청자 씨는 지난해 5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개관식, 12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추모제 및 제1053차 정기수요시위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뿐이다. 후지나가 다케시 오사카산업대 교수도 조선학교 지원활동 차 입국했기에, 방 씨와 후지나가 교수의 방문 목적은 동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도 박 영사는 "아니다"라고 단정지으며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의 일본방문도 조선학교 지원 문제와 결부시켰다.

▲ 지난해 12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추모제 및 제1053차 정기수요시위에 참석한 방청자 씨가 추모사를 읽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개관 보고를 위해 지난해 6월 오사카를 방문했다. 그리고 '오사카 조선학원을 지원하는 오사카 부민기금'(별칭 홍길동 기금) 발족식에 참석, 기부금을 냈다. 하지만 조선학교 지원 문제는 과거사 관련 시민단체의 자연스런 행동일 뿐, 윤미향 상임대표의 방일목적이 조선학교 지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 영사는 거듭 "조선학교 문제 때문에 윤미향 씨를 초청한 것 아니냐"고 윽박지르고 방 씨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도 그는 "윤미향 씨가 요청해서 그 자리를 준비한 것이다. 거짓말도 할 수 있다. 증거가 없으면 거짓말"이라고 몰아부쳤다.

이에 비춰, 정부를 비롯한 공안당국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조선학교와 결부시켜 문제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과는 지난 2011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2007년 이후의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와 양노자 간사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으며, 윤 대표는 "노골적으로 재일 조선학교 돕기 활동을 문제시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즉, 일본군'위안부'와 조선학교는 과거사 문제들로 시민단체들은 과거사 청산 운동의 일환으로 활동하지만, 공안당국은 이 두 문제를 얽어 공안문제화 해 활동을 제약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련의 사안에 대해 방청자 씨는 "조선학교와 관계없이 운동하고 있던 시민단체들도 일본정부의 무상화 배제가 너무하다고 생각해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에 대해서 한국정부는 좀 좋지 않다는 기분이 있는 것 같다. 조선학교 지원을 북한 지원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일 조선학교 지원모임인 '몽당연필' 권해효 공동대표는 <통일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공안당국의 내사가 이뤄지는 지는 모른다"며 "현 상황을 파악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