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가 결국 성공했습니다.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국내 최초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나로과학위성’을 목표궤도에 정상 진입시켰습니다. 더욱이 이번 성공은 두 차례의 발사 실패와 두 번의 발사 연기에 이은 쾌거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집념의 승리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지난해 12월 북측이 운반로켓 ‘은하 3’을 통한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 발사에 성공한 터라, 지금 남과 북의 위성 발사 성공을 두고 묘한 반향이 나오기도 합니다. 남측이 북측보다 위성 발사 성공에 뒤쳐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 가입문제가 보태집니다. 지금까지 스페이스 클럽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구 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9개국이었습니다. 이에 북한이 지난해 12월 성공했기에 10번째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서상 남측이 스페이스 클럽 11번째에 가입되어야 하나 사실은 못 낀다는 것입니다. 스페이스 클럽은 자국 발사장에서 자국 발사체로 자국의 위성을 쏘아 올린 국가를 뜻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이번에 나로과학위성은 우리 기술진이 개발했지만 우주 발사체 나로호의 핵심부분은 러시아측 기술진이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발사체가 순수 국산이 아닌 러시아제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나로호 성공으로 2021년 한국형 발사체 조기개발을 위한 여건도 한층 성숙되었지만 어쨌든 액면으로 보면 남측이 우주개발에서 북측에 8-9년 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소 자존심 문제가 있긴 하지만 위성 발사를 둘러싼 이러한 과학적 논쟁은 그런대로 볼 만합니다. ‘사실’(fact)에 입각한 문제이니까요. 그러나 위성 발사가 이념이나 군사적 차원의 논쟁으로 비화한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난해 북측의 위성 발사를 두고 최근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결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남측의 나로호 발사 성공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습니다. 똑같은 위성 발사인데도 말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가 북측의 위성을 이념이나 군사적인 면으로 접근했다고 의심받는 대목입니다. ‘이중잣대’라는 거죠.

나아가, 최근 일각에서 남측의 나로호 발사 성공이 북측 핵실험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렇게 위성 발사를 두고 남과 북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이념이나 군사적 차원으로 접근하거나, 또한 이중잣대를 쓴다면 악순환만 되풀이될 것입니다.

과학에는 경계나 국경이 없습니다. 그리고 과학은 과학일 뿐이지 이념으로 치환돼서도 안 됩니다. 북측이건 남측이건 위성 발사 성공은 모두가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인류 가치의 실현이자 민족적 재부이니까요.

그렇다면 당장은 남측이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에 나서는 것을 삼가하고, 또한 지금은 분위기상 쉽지 않더라도 장차 북측의 앞선 위성 기술을 받아들여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하시라도 빨리 접목할 수 있다면, 이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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