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해 12월 위성 발사 성공과 관련, 유엔 안보리가 23일 이를 규탄하고 대북 제재를 확대ㆍ강화하는 내용의 결의 208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특히, 안보리는 “추가 발사나 핵실험이 있다면 중대한 조치(significant action)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결의는 북한이 1차와 2차 핵실험을 진행한 것을 규탄했던 안보리 결의 1718호(2006년)와 1874호(2009년)에 비해 제재가 더 확대 강화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가만있을 북한이 아닙니다. 예상대로 북한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지 2시간도 안 돼 외무성 성명을 통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외무성은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하였다”면서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아울러, “핵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며 3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내비쳤습니다.

다시 북한과 국제사회, 정확하게는 북한과 미국이 ‘강 대 강’으로 부닥치는 형국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이번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문제 삼은 ‘탄도미사일’에 대해 한 항변이 주목됩니다.

성명은 “위성을 쏴 올리자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러한 위성발사를 제일 많이 하는 나라들이 우리의 위성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이기 때문에 문제시된다고 우기는 것은 자기기만과 이중기준의 극치”라며 미국의 ‘이중잣대’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나아가, 미국과 유엔 안보리를 향해 “잘못되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을 용기나 책임감도 없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겁쟁이들의 비열한 처사”라고 꼬집었습니다.

맞습니다. 어느 나라나 위성을 발사하자면 그 운반 로켓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그렇고 러시아ㆍ중국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나로호 발사에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북한만 콕 집어서, 위성을 쏴 올렸음에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규정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졸렬한 행위의 극치입니다.

북한의 이유 있는 항변에 미국은 답을 내놔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더러 위성 발사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애걸(?)하는 것보다는 이중잣대에서 벗어나 대범하게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타개책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큰 나라’ 미국이 ‘겁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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