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달 내에 북한을 동반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두 사람이) 우리 (정부)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솔직히 우리는 (방북) 시점이 특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미 정부의 입장은 두 사람의 방북이 당국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이며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방북이 북한의 위성 발사 후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가 논의되고 있고 또 오바마 미 행정부의 2기 출범을 앞둔 시점이어서 시기적으로 민감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 북미 당국 사이에는 별다른 접촉이 없어 보입니다. 이때 민간이 나선다면 어떤 식으로든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방북하는 두 사람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먼저, 북한도 정보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개혁 개방을 바라는 외부 세계에 대해 모기장이론을 대며 외부 정보를 취사선택해 왔으며 또한 인터넷 사용에도 엄격한 제한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4월 노작이라 일컬어지는 한 담화에서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선진 자료를 수용하자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려 과학기술의 힘으로 경제강국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겠다”고 역설했습니다. 모두가 인터넷을 포함한 첨단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을 시사한 것입니다.

게다가 위성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기에 상당한 수준의 인터넷 환경을 갖춰놓았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럴 때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 슈미트 회장의 방북은, AP통신의 보도처럼 사이버 공간의 마지막 국경선인 북한의 존재를 새삼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에는 지금 ‘반공화국 적대범죄’를 저질렀다는 간첩 혐의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가 구속돼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억류돼 있는 미국인 석방 문제를 북미관계 개선 카드로 활용해왔으며, 석방과정에서 양국 접촉이 있어왔습니다.

2009년 3월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가 억류됐을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10년 1월 아이잘론 말리 곰즈가 억류됐을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각각 방북해 석방을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2010년 11월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가 억류됐다가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의 방북으로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지난 1994년 이후 수차례 북한을 방문한 지북파로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협상을 진행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입니다.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어 보입니다.

정초에 터져 나온 슈미트 구글 회장과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동반 방북이 성사돼, 인터넷을 통한 북한의 국제무대 등장과 북미관계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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