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오전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신년사 또는 신년공동사설은 당연히 그 내용이 중요한데 올해는 유독 그 형식에도 관심이 컸습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지도자가 권력승계 첫해인 올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할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육성 신년사 발표는 김일성 주석 생전 마지막 해인 1994년 이후 19년 만의 일입니다. 김 주석 사후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 북한은 매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 <청년동맹>, 군 기관지 <조선인민군>을 통해 신년사가 아닌 신년공동사설을 게재해 왔습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로 ‘김정일 시대’ 들어 3년의 대국상과 ‘김일성 유훈통치’를 전면에 내세웠기에 김 국방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신년공동사설이라는 형식으로 굳어졌다는 것을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김정은 시대’ 첫해에 김 제1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는 것은 그가 부친(父親)인 김정일보다 조부(祖父)인 김일성을 더 닮았다는 얘깃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김 제1위원장은 권력승계 이후 여러 면에서 부친보다 조부를 연상할 만한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언론 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의 헤어스타일과 복장 그리고 몸짓 등을 조부와 연결 짓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김일성 주석 100돌 경축 열병식’(4.15열병식)에서 첫 공개연설을 시발로 총 다섯 차례 공개연설을 했습니다. 이는 부친이 주로 자유분방한 담화를 위주로 정치사업을 했고 조부가 위엄 있는 연설을 통해 대중사업을 했다는 점에서 후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4.15열병식 장면은 ‘김일성=김정은’ 일체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날 김 제1위원장의 연설은 1945년 모란봉공설운동장에서 한 김 주석의 개선연설을 연상시켰으며, 또한 주석단에 함께 선 인민군 지휘관들의 차색모자에 흰 군복 차림새는 1953년 전승광장의 주석단에 선 김 주석과 군 지휘관들의 흰색 군복차림과 같아 김 주석 100돌 경축 열병식이 60년 전의 전승기념식을 재현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외에도 김 제1위원장은 현지지도 등을 통해 일반 병사들과 스킨십을 나누는 과감한 리더십, 일꾼들의 잘못을 엄하게 꾸짖는 비판적 리더십, 그리고 공원의 환영인파와 함께 사진을 찍는 대중적 리더십 등을 선보였는데 이는 모두 조부와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부친보다 조부를 닮은 듯한 김정은 제1위원장. 이를 두고 격세유전(隔世遺傳)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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