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오전 육성 신년사를 통해 경제강국 건설을 호소했으며, 남북간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 관례화된 신년공동사설 형식을 탈피해 김일성 주석처럼 육성 신년사를 내놓은 형식상의 변화 외에는 내용상으로는 큰 변화나 획기적 메시지는 담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김 주석 탄생 100주년과 김정은 체제 등장이라는 대형 정치일정과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으며, 남쪽에도 새 정권이 등장하게 된 점을 의식해서인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띄는 정도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해 당강령과 헌법에 명시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거듭 강조했으며, 올해 역시 경제강국 건설에 방점을 찍고 농업과 경공업을 주공전선으로 제시했다.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그 기백으로 경제강국건설의 전환적국면을 열어나가자!”를 올해 구호로 제기한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를 주요 영역별로 나누어 살펴본다.

○ 김일성-김정일주의 정식화와 2012년의 성과

김 1비서는 무엇보다도 ‘김일성-김정일주의’ 정식화를 지난해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김 1비서는 “지난해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을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당의 영도밑에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계승완성해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한 역사적인 해였다”고 규정했다.

“우리는 지난해에 위대한 수령님 탄생 100돐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성대히 경축하고 주체조선의 100년사를 긍지높이 총화하였으며 김정일동지를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수령영생위업을 실현함으로써 김일성-김정일주의 기치따라 새로운 주체100년대를 주체혁명위업완성을 위한 승리와 영광의 년대로 빛내여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으로 북한을 김일성-김정일의 사상과 영도를 구현한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으로 규정하는 당규약과 헌법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김 1비서는 “우리 군대와 인민은 하늘처럼 믿고 따르던 장군님을 너무도 뜻밖에 잃고 피눈물속에 2012년을 맞이하였지만”,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은 우리 당을 끝없이 신뢰하고 따르면서 당과 한피줄을 잇고 심장의 박동을 맞추며 언제나 생사고락을 함께 하였다”고 평가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는 유일영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북한 사회에서는 큰 충격이었지만 김정은 후계체제가 신속히 전면에 부상함으로써 권력공백이 생기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인민군장병’과 ‘인민’들이 당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화자가 김 1비서인 만큼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당을 거론한 셈이다.

김 1비서는 지난해 성과들을 거론하며 첫 번째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성공적 발사를 꼽았고,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군대의 무력시위를 평가했다.

경제분야 성과로는 희천발전소와 단천항 완공, 평양시 창전거리와 릉라인민유원지를 비롯한 문화시설 건립 등을 꼽았다. 실제로 희천발전소의 완공으로 평양시 전력사정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창전거리 고층 아파트는 평양의 풍경을 바꿔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1비서는 전반적 12년제 무상의무교육제 실시와 체육.예술분야의 성과 등도 거론했다.

○ 경제강국 건설 주공전선은 농업과 경공업

김 1비서는 올해의 기조에 대해 “새해 2013년은 김일성, 김정일조선의 새로운 100년대의 진군길에서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전환적국면을 열어나갈 거창한 창조와 변혁의 해”라며 “강성국가건설을 위한 장엄한 진군에 힘차게 떨쳐나서야 하겠다”고 제시했다.

특히 “올해에 우리는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65돐과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승리 60돐을 맞이하게 된다”며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과 조국통일위업수행에로 줄기차게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김 1비서의 육성 신년사의 핵심은 역시 지난해와 같은 경제강국건설이었고, 경제강국건설의 주공전선은 역시 농업과 경공업이었다. 최근년간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김 1비서는 “경제강국건설은 오늘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위업수행에서 전면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며 “주체적인 실용위성을 제작발사하여 선군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떨친 그 기세로 전당,전국,전민이 총동원되여 올해에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서 결정적전환을 일으켜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투쟁구호를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경제강국건설의 전환적국면을 열어나가자!”로 제시했다. 지난 연말 위성 발사 성공에 큰 의미와 비중을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 1비서는 “올해 모든 경제사업은 이미 마련된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를 더욱 튼튼히 하고 잘 활용하여 생산을 적극 늘이며 인민생활을 안정향상시키기 위한 투쟁으로 일관되여야 한다”며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기초공업부문을 먼저 강조했다.

인민경제 선행부문인 석탄, 전력, 금속, 철도운수부문을 확고히 앞세워야 하고 특히 “석탄, 금속공업부문에서 혁신을 일으켜 나라의 전반적경제를 활성화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1비서는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며 “인민생활과 직결되여있는 부문과 단위들을 추켜세우고 생산을 늘이는데 큰 힘을 넣어 인민들에게 생활상혜택이 더 많이 차례지게 하여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농업과 경공업은 여전히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이라며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하고 농업생산의 과학화, 집약화수준을 높여 올해 알곡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경공업공장들에 대한 원료, 자재보장대책을 철저히 세워 질좋은 인민소비품들을 더 많이 생산하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과학기술의 힘으로 경제강국건설의 전환적국면을 열어놓아야 하겠다”며 ‘과학기술혁명’을 강조하고 “설비와 생산공정의 CNC화, 무인화를 적극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분야에서 획기적 개선조치가 발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도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 식 사회주의경제제도를 확고히 고수하고 근로인민대중이 생산활동에서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원칙에서 경제관리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완성해나가며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하도록 하여야 하겠다”는 수준으로 제시됐다.

<통일뉴스>는 지난 연말 북한이 기업소 독립채산제를 핵심으로 하는 ‘12.1조치’를 전면 실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심화 발전시켰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김 1비서는 “당사업을 1970년대처럼 화선식으로 전환시키고 김정일애국주의를 실천활동에 철저히 구현하도록 하는데 당사업의 화력을 집중하여야 하겠다”며 “김정일애국주의는 김일성민족의 영원한 넋이고 숨결이며 부강조국건설의 원동력”이라고 정식화 했다.

○ 6.15, 10.4선언 이행 강조

김 1비서는 통일.외교분야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지만 그나마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의지를 강조했다.

김 1비서는 “올해에 온 민족이 단합하여 거족적인 통일애국투쟁으로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아야 한다”며 “나라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는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는 북과 남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제기하고 “남조선의 반통일세력은 동족대결정책을 버리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은 북남관계를 전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전제”라며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새 세기 민족공동의 통일대강이며 평화번영의 이정표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벌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남북간의 대결상태 해소는 남측 정부가 대결정책을 버리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며, 남북.해외의 6.15, 10.4선언 이행을 위한 투쟁이 요구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국통일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전체 조선민족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 침략과 전쟁책동을 단호히 반대배격하며 조국통일을 방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호한 반외세 원칙을 밝혔다.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오늘 국제무대에서는 주권국가들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간섭과 군사적 침략책동으로 하여 인류의 평화와 안전에 엄중한 위험이 조성되고 있으며 특히 조선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은 항시적인 긴장이 떠도는 세계최대의 열점지역으로 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오늘의 국제정세는 우리 공화국이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주의 길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1비서는 “우리는 앞으로도 자주,평화,친선의 이념밑에 우리 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과의 친선협조관계를 확대발전시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세계의 자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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