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농업에 이어 12월 1일 부로 전 기업소와 전 지역에 ‘사회주의적’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전면 실시하는 등 경제발전을 위한 종합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전시킨 조치를 올해 시범실시한데 이어 12월 1일 부로 전 기업소와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했다”고 전했다.

북은 올해 농업부문에 대한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실시하는 한편 시범 단위 기업소 등에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행해 긍정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기업소에 ‘지배인 책임경영제’를 전면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12.1 조치’를 시행했고, 13개 직할시.도와 220개 시군에 자체 ‘개발구’ 개발권을 부여하는 등 경제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립채산제.차별임금제 ‘12.1조치’ 전면 실시


‘12.1조치’의 주요 내용은 기업소의 당 책임비서와 지배인의 책임 하에 독립채산제를 도입해 생산 계획부터 물자 조달, 생산물 판매, 분배까지를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중앙의 계획경제 방침에 따라 생산 목표량이 하달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각 기업소가 독자적인 생산 계획을 수립, 필요한 만큼의 인원과 토지, 설비 등을 국가에 요청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국가에 반납하게 된다.

기존에 대규모 국영기업소의 경우 국가가 할당한 토지와 인원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했지만 이제는 생산에 필요한 최적규모로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기업소 간 계약을 통해 원자재를 조달하고 생산제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대신 계약 위반 시에는 벌금이나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기업소는 원자재 대금 등을 계약에 따라 지불하고 수입 중 토지 이용료와 설비 사용료, 전기료 등을 국가에 납부하고 남은 수익금을 성과급 중심으로 노동(공분)에 따라 분배한다. 일종의 ‘차등 임금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기업소나 분조별로 사실상 동일 임금을 적용해왔지만 노동시간과 기여도 등에 따라 성과급제를 도입함으로써 ‘일한만큼 받는’ 사회주의 원칙을 더욱 철저히 적용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이같은 독립채산제가 시범 실시된 기업소에서는 지배인이 임금을 결정하고 있으며, 어느 광산의 경우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38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11월 화폐개혁 당시 인상된 임금이 1,000~3,000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를 반영하더라도 상당한 액수다.

특구 이어 지방단위의 ‘개발구’ 추진

13개 직할시.도와 220개 시군에 대해서도 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이 주도권을 갖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자체 ‘개발구’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개성 인삼처럼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작물 단지나 온성군의 온성섬 개발과 같은 특색있는 개발구를 각 시군이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기존에는 국가에서 쌀 몇 톤 등 일률적인 생산계획이 내려왔지만 광산지역 같은 곳에서는 실정에 맞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며 “해안 지역의 경우 양식장이나 수산물 임가공단지를 만들어 수입을 높이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는 각 지역별 농지와 임야 등의 총량 만을 관리하면서 사용료를 받고 전기세와 물세, 장비 대여료 등의 세금을 징수하는 방식에 머문다는 것이다.

한편, 지방별 개발구 보다 먼저 알려진 특구의 경우 기존 나선과 황금평.위화도 특구는 물론 개성과 금강산 외에도 서해안 쪽의 신의주, 남포, 해주 특구, 동해안 쪽의 백두산, 칠보산(명천지구), 원산 특구 등이 추가돼 개방에 가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한때 북한이 10대 특구 지정을 10월 초에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가시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내부적 준비는 마쳤지만 외부적 여건이 아직 풀리지 않은데다 공개 발표는 북한 내부의 동의 과정이 더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투자유치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특구 확대를 발표할 수 있는데, 현재 중국의 투자가 라선특구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확대되는 것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특구나 개방구 구상은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 같고, 투자 유치 전망이 보일 때 발표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농업, 소규모 분조제 실시로 성과 확인

한편, 농업분야의 개선조치는 이미 올해 초부터 경작지 분배와 분조 구성 시부터 적용돼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협동농장내 분조보다 소규모로, 그것도 자율적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작업분조를 구성해 경작지를 분배받아 농사를 지었고, 국가에 납부하는 토지 이용료와 트랙터 같은 국가설비의 이용료, 전기세, 물세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생산물을 자율처분토록 했다는 것이다.

정창현 겸임교수는 “가족과 지인 단위로 분조가 5-7인 규모로 축소돼 일반화되고 있는 과정이고, 협동농장에서의 분배시스템은 올해 연말에 정착이 된 같다”며 “분조에 관한 지침은 내려왔지만 순차적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국가가 농업 생산물의 70%를 수매하고 그 중 국가가 토지이용료와 인민군 지원 성미 등에 해당하는 부분만큼을 세금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수매대금으로 협동농장에 현금으로 지급한다”며 이른바 ‘3.7제’가 지켜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 생산물의 나머지 30%는 전적으로 협동농장에 자율 처분권이 있으며, 식량으로 남겨 두거나 팔아서 현금으로 농장원들에게 분배할 수 있다.

실제 올해 기록적인 가뭄과 태풍 피해 등에도 불구하고 WFP(세계식량계획)은 북한 곡물 수확량을 490만톤으로 예상해 지난해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한 대북 소식통도 “가뭄과 풍수피해를 입은 곳을 제외하고는 올해 풍년이 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초과 생산물이 많이 나온 농민들이 군량미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국가가 이를 만류해 농민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도는 농업 분야 성과가 더 크게 기대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정은 체제, 경제발전에 ‘다걸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장스런 사망으로 김정은 제1비서의 후계체제가 앞당겨지면서 당면한 최대 과제는 ‘김정은 체제’ 구축 공고화였지만, 이를 위해서도 경제문제 해결은 필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제2경제(군수경제)를 축소하고 제1경제(민수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주력하면서 내각에 힘을 실어주는 등 경제발전에 ‘다걸기’(올인)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를 ‘중국의 덩샤오핑(등소평)’으로 만드는 구상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김 1비서는 농업 개선조치, 12.1조치, 특구 확대 등 경제발전을 위한 개선조치들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으며, 인공위성 ‘광명성3호 2호기’ 발사 역시 경제발전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 향상과 지식기반사회를 강조했듯이 북한은 6.28조치라든지 나선특구 추진, 내각을 통한 경제부문 정상화 조치 등을 통해 전반적으로 개혁개방으로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같은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는 “북한은 부존자원 가치가 기존 평가보다도 훨씬 많은 나라”라며 “경제특구를 준비하고 외부투자를 유치하려는 북한을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협력해서 상호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제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한이 신의주-개성간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을 중국의 자본을 끌어들여 BOT방식(건설관리 운영후 인도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우리 자본과 기업들이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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