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조지워싱턴 대학의 마이크 모치주키9Mike M. Mochizuki) 교수가 최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PACNet 뉴스레터(#35)에 기고한 글 가운데 주요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미일 동맹: 가이드라인을 넘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필자는 미일 안보 관계에 대한 미국 내의 5가지 주류 견해를 소개하면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및 남북한, 캐나다 몽고가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북태평양 안보 대화체(North Pacific security Dialogue) 창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본에서 미일 안보 동맹을 주시하는 것과 미국에서 이 현안에 대해 갖는 관심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사실 미국 내에서 풍부한 지식을 갖추고 미일 안보 관계를 계속 눈여겨보는 사람은 고작해야 50명 정도이다. 따라서 안보 관계 및 정책 변경이나 추진은 기본적으로 엘리트의 손에 이끌려가고 있으며, 동맹 질서를 논하는 데에는 정치적 요인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미국의 일반 대중이나, 미 의회에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해에 미일 안보 관계의 미래에 대한 한 생생한 토론이 있었다. 미일 안보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다섯 가지의 다른 학설이 있다.

미국의 안보

첫 번째 견해는 `냉전 제국의 해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이 학설을 이끌어가는 주창자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샌디에고 주립대학에서 은퇴하고 현재는 일본정책연구소(Japan Policy Research Institute) 회장으로 있는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이다. 워싱턴 디씨에 있는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 소속의 많은 분석가들이 역시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학파의 학설에 따르면,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은 안보에 아무 문제가 없는 나라가 되었다. 북한 같은 부랑국들이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하지 않느냐는 일부의 주장이 있긴 하지만, 이 학설 제안자들은 그런 평가가 아주 과장된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그리고 미국은 냉전 이후 안보상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는 철수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냉전 시대의 제국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동아시아 지역의 분노를 살 것이며, 이 분노는 결국 미국의 국익을 잠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신의 안보 이익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며, 동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끼리 안정된 힘의 균형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바깥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 즉 최종적인 균형자 역할만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학파의 이론은 <국제안보(International Security)> 같은 학술지에서 여러 차례 다루어진 적이 있고, 언론에서도 이 견해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학파의 이론은 매우 소수의 의견이며 미국의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실제로 제로에 가깝다.

이 이론은 또 아주 지적인 토론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신고립주의자의 이런 불개입 전략은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부시 주지사와 고어 부통령도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개입 정책을 지속한다는 것을 재천명했다.

다섯 가지 주류의 견해

다음의 네 가지 학파는 모두 주류에 속하는 것들이다. 각 학파마다 목청 큰 주창자들이 있다. 인상적인 것은 어떤 토론장에서든 토론자들이 이 네 가지 이론 가운데 2개 이상의 견해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일 동맹의 미래에 대한 엘리트들의 견해가 얼마나 유동적인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네 가지 주류 이론 가운데 첫 번째는 `깨지지 않는 한 고치지 말라` 학파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대로 정돈되어 있는 것이 미국을 위한 최선의 상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일본과 그 외 지역의 기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그 외 지역에서도 미군이 우발적인 안보 위협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의 주창자들은 또한 일본 및 다른 아시아 동맹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이 일본을 안심시키고 있으며, 때문에 일본 및 동맹국들의 국방 정책이 훨씬 더 온건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본의 전략적 의도와 능력에 내심 우려를 표하는 동아시아 국가들도 안심시킬 수 있으며, 일본이 호스트 국 입장에서 미군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미군을 기꺼이 지원하고 있다는 부수 효과도 얻고 있다.

이 견해에 대한 미국 내의 선호도는 높다. 근본적으로 동맹 관계에서의 비대칭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종주국의 위치이고, 일본은 종속국 입장인 것이다. 이 학파 사람들 대부분은 동아시아를 힘의 균형이라는 시각에서 직시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고, 현상태가 흔들리게 되면 중국과 일본 사이의 미묘한 힘의 균형이 뒤엎어진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의 가장 대표적인 주자는 헨리 키신저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이다.

고조되는 일본의 민족주의 감정

세 번째 학파는 `뚜껑 벗겨진 병을 조심하라` 학파라고 이름 붙였으면 한다. 일본은 현재 강대국이라는 종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있으며 `코크르 병 뚜껑을 막으려` 하거나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게 이 학파의 주장이다.

우선 첫째로, 이 학파 사람들은 일본 내 민족주의의 대두를 지적한다. 이들은 일본 민족주의가 우익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는 물론 좌파와 정치적 중간층의 지지도 받고 있기 때문에 부활의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주장한다. 둘째, 일본의 국방 당국자들은 방위 협력 가이드라인을 수용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주 국방(defense self-sufficiency)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이론의 제안자들은 미국과 일본은 몇 가지 커다란 전략 현안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일본은 정말 강대국으로 부활하고 있으며, 미국의 전략적 사고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고, 미국에게는 그런 일본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을 해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이 일본 전문가들 사이의 지배적인 견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다루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전직 관리들, 심지어 전직 펜타곤 관리들도 이런 견해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네 번째 학파는 `증진주의(Incrementalism)에 대한 세 가지 갈채` 학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 학파의 주된 주장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긴 하지만 미일 안보 관계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평화시에는 동맹 관계가 잘 작동이 되지만, 지역 위기로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현재의 미일 동맹 관계는 깨질 염려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증진주의자들은 동맹이라는 이름의 관계를 바꾸기 위해 미일 안보 관계를 개조할 것을 선호한다. 이들이 주장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동맹 관계를 재조정하기 위해서는 증진주의적 접근이 최상이며, 이 증진주의는 일본에서 대두된 미묘한 안보 공감대를 잠식시키지 않는다. 둘째, 이런 식의 접근법은 이 지역의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접근법이야말로 일본이 안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상극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미국을 가장 편하게 해줄 수 있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시험을 해보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이 증진주의적 접근법을 가장 명확하게 내세우며 대변인 노릇을 하는 사람은 내 친구인 외교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이다. 이 견해는 미일 안보 관계를 다루는 국무부와 국방부의 정책결정자들 사이에서 우세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보다 더 능동적인 참여를

다섯 번째 학파의 이론은 `일본은 뭔가를 더 해야 한다` 학파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 견해의 대표 주자들은 조지 W. 부시 주지사의 안보 특별 보좌역들이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의 국제안보담당 차관보였던 리차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정책 차관을 지낸 폴 월포위츠(Paul Wolfowitz) 박사가 선두에 서 있다.

이들의 주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증진주의로는 부족하다고 것이다. 미일 방위협력 가이드라인이 훌륭한 진전이긴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 하에서는, 미국이 정작 일본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가장 어려운 군사 임무에서 일본이 여전히 능동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차기 행정부에서 일본과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확실한 합동 작전 개념을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이들은 코르크 병 뚜껑은 닫아둘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공동의 안보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무슨 일이든 하면 할수록 미국에게는 좋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같이 맞설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강력한 동맹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일본이 일어선다고 해서 불안정 요소로 간주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평등성과 다변화(Equality and Multilateralization)

본인은 미일 동맹 관계를 세 가지 요인으로 바라보며, `마이크의 희망 사항(Mike`s Wishful Thinking)`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있다. 첫째, 지금은 미일 간의 새로운 전략적 거래(strategic bargain)가 필요하다. 미일 동맹에 대한 광범위한 정치적 지원이 일본 내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얕고 단단하지 못하다. 둘째, 미국이 호스트 국인 일본의 지원을 유지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강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대단히 우려스럽다. 미국이 밀어붙일 때마다 일본은 더욱더 짜증스러워 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은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발전시키려는 일본의 열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strategic independence)이 아니라, 일본의 국익이 무엇이며 미국과 보다 대등한 입장에서 어떻게 일본의 국익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일본의 독립적인 사고(independent thought)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일본을 대등한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하며, 일본이 보다 어려운 군사 임무에서 일정한 역할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을 환영해야 한다. 또한 일본이 집단 자위권(the right to collective self defense)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위기 시 미국의 군사력 투입을 지원하기 위한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 미국은 일본 주둔군, 특히 오키나와 주둔군을 기꺼이 감축시켜야 한다.

본인의 두 번째 `희망 사항`은 냉전 시대에 미완으로 남겨진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한 미국의 동맹 네트웍 B를 다변화해야(multilateralize)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추진하는 양자 관계는 억지로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다변화시킬 필요가 훨씬 더 많다.

미국은 개별국뿐만 아니라 미 동맹국간의 유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서 이미 이런 식의 유대 강화는 시작되었다. 일본과 필리핀, 일본과 호주 간의 안보 유대도 더 강화되어야 한다. 더구나 군사력을 점증시키고 있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미 동맹국 네트웍을 다변화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협력 안보(cooperative security)의 개념에 기초해서 포괄적인 지역 안보 커뮤니티(inclusive regional security community)를 또한 구축해야 한다. 합동 군사 작전을 실시하면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진다. 주요한 국익 갈등이 있더라도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그런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신뢰가 쌓여져야 한다.

본인은 아세안지역포럼(ARF)의 보완물로써 북태평양 안보 대화체(North Pacific security dialogue)의 창설을 지지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대국과 남북한 캐나다 몽고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 포럼을 통해 수색 및 구조, 인도주의적 지원, 재난 구제, 해적 방지 등 공동의 관심사를 다루면서 회원국들이 군사적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와 몽고를 포함시키게 되면 단순한 한국 포럼도 아니고 주요 강대국만의 포럼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캐나다를 회원국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강대국 지배의 질서 구축 대신에 가치와 표준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최상의 방법이다. (키손200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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