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시미 요시야키 일본 주오대 교수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연구에 끝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역사학자의 사료발굴과 연구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바꾼다. 특히, 가해국과 피해국이 극명하게 나뉘는 사안에서 가해국의 학자로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만큼 힘들다.

그런 연구에 몰두하고 정의를 세우는 학자를 우리는 '양심있는 학자'라고 부른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첨예한 문제인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일본인 역사학자가 있다. 바로 요시미 요시야키(吉見義明) 일본 주오(中央)대 교수.

그는 20여년 동안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자료를 찾고 연구해온 학자로, 권위자로 통한다. 특히, 지난 1993년 '군 위안소 종업부 등 모집에 관한 건'이라는 일본 육군성의 자료를 공개해, '고노 담화'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지난 13일 '동북아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한 요시미 요시야키 교수를 <통일뉴스>가 만났다.

당초 인터뷰를 계획했지만, 요시미 교수는 자신의 연구자적 위치를 놓을 수 없었던 지, 서울에 오자마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만나 증언을 채록하며 연구작업에 몰두했다.

세 시간 가까이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을 듣고 질문을 하는 모습에서, 요시미 교수는 '권위자'란 명칭을 쉽게 얻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늦은 밤 서울 서대문 숙소에서 만난 요시미 요시야키 교수는 절제된 언어로 일관해 '학자적 풍모'를 느끼게 했다.

▲ 요시미 교수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만나 증언을 채록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20년 넘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계기에 대해 그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나서서 자신의 피해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가슴아픈 일이지만, 정부가 관여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당시 나는 일본정부가 위안소를 설치하라고 명령한 자료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시미 요시야키 교수가 1993년 공개한 자료는 1938년 3월 일본 육군성이 작성한 '군 위안소 종업부 등 모집에 관한 건'이란 문서로, 방위청 도서관에서 찾아냈다.

그가 발굴.공개한 자료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모집과 위안소 설치에 개입했다는 내용으로, 강제모집 등 일본정부의 책임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어 중요한 문서로 평가받는다.

백발의 노교수가 여전히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연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요시미 교수는 "일본정부가 국가의 관여에 관해서는 일단 인정을 했지만 국가의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최근에는 일본군이 강제로 했다는 점에 대해서 부정하는 정치가들도 많이 나왔다. 근본적 구조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계속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그에게 일본군'위안부'문제 연구는 단순한 학술적 연구가 아니라 일본의 구조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연구인 셈이다.

일본군'위안부'문제는 전시 여성폭력에 관한 문제로, 남성이 다루기에 껄끄러운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에게 일본군'위안부'문제는 무엇일까?

요시미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다른 문제보다 무겁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 문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이다. 남자인 입장에서 남자로서의 삶을 바로잡고 삶을 바꿔야한다는 인식을 항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할 수록, 남성으로서 자신이 실험을 받고 또 재검토를 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가정 내에서 아내와의 관계를 어떻게 하는가의 부분도 이 문제에 관여하게 되면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해 위안부 문제 연구가 개인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강조했다.

"일본군'위안부'문제를 바라보는 일본, '탈냉전', '탈식민지화'를 겪는 중"

▲ 요시미 요시야키 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요시미 교수는 자신의 연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치권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문제적 발언을 쏟아내는데 우려했다.

그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이 식민지 전쟁과 통치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고 책임을 져야하는데 오히려 그에 대해서 부정하는 의견들이 강해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탈냉전', '탈식민지화'의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이 패전 후 5~60년 동안 전면에서 전쟁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에 부딪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냉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냉전이 붕괴되서 이제서야 앞으로 전쟁책임, 식민지 통치책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지금 드디어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냉전시대에는 한국의 목소리, 한국의 일본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그 목소리에 직면해서 일본 국민들이 당황하고 있다. 이는 역사용어로 탈식민지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탈식민지화 과정에서 일본이 자신이 고통을 받으면서도 해결책을 찾아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일본 국민이 변화하는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이 조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야 결국에는 문제해결의 끝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역사연구의 끝은 없다"

20년 넘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요시미 요시야키 교수는 학생들에게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문제'라며 '일본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 요시미 요시야키 교수는 "학생들에게 '과거의문제가 아닌 현재의 문제'라며 '일본정부의 책임'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요시미 교수는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문제이고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이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며 "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이다. 지금도 분쟁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런 뜻에서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해결해야하는 동시대의 문제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연구자가 아닌 학생들의 양심을 일깨우는 '행동하는 학자'다.

그는 "역사연구에는 끝이 없다. 시대와 함께, 시대가 흐르면서 새로운 자료가 또 나타나기도 하고 시대가 변화하는 속에서 지금까지 안보이던 게 보여질 수도 있다"며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면서 새로운 측면이 보여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도 그 중 하나다. 그런 뜻에서 역사연구의 끝은 없다"고 강조했다.

요시미 교수와 인터뷰하면서, '행동하는 양심있는 학자'로서 살아가는 일의 무거움을 절감했다. 

단순한 연구자를 넘어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시대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

'옳은 것을 밝히고 바르게 보자'(吉見義明)는 이름처럼, '역사 연구의 끝이 없다'는 그의 노력이 열매를 맺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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