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6차회의를 열고 기존 11년제에서 12년제로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내용의 법령을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학교 전 교육 1년→소학교 5년→초급중학교 3년→고급중학교 3년’의 학제를 갖추게 됐습니다.

그러자 북측의 중대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남측의 언론이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멘붕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입니다.

남측에서는 북측이 이례적으로 일 년에 두 번씩이나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면서 뭔가 특별한 게 나올 걸로 기대했습니다. 외신들도 “북한이 경제개혁과 관련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농산물 수확량의 30~50%를 농민들이 사유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업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편승한 남측의 언론들은 대북 소식통을 빌려 “지방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한술 더 떴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예측했던 경제개혁 내용이 아니자 일제히 “의외의 결과”, “앙꼬 없는 찐빵”, “알맹이가 없어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이 경제개혁에 “아직 자신이 없는 것”,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 “그자체가 힘든 것”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심지어 청와대는 “국제사회가 기대해 온 북한 주민들의 민생개선 조치가 포함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노골적으로 북측에 책임을 묻습니다.

북한이 뭐라 그랬습니까? 북한은 가만히 있을 따름인데 외부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고는 자기들 예측과 다르다고 성토하는 분위기입니다. 헛물은 자신들이 켜고서는 가만히 있는 북측을 향해 왜 개혁.개방을 하지 않냐고 윽박지르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부 세계는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요소를 받아들이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외부 세계의 시각일 뿐입니다.

상대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북한의 관심은 자본주의적 경제개혁이 아니라 사회주의교육입니다. 사회주의교육을 통해 사회주의적 인간을 육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김일성 주석 사후, 외부 세계가 북측에 개혁.개방을 요구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며 오히려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한 것을 상기시킵니다.

북한은 이번 12년제 의무교육 시행 및 학제 개편 조치와 관련 “김정은 동지의 숭고한 조국관, 후대관, 미래관이 집약되어 있는 중대한 조치로서 공화국이 교육강국, 발전된 사회주의 문명국으로 힘차게 나아간다는 것을 온 세상에 과시하는 일대 사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외부 세계에게는 북한의 이번 교육제도 개편이 시덥지 않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새로운 리더십에게는 경제 문제보다 교육 문제가 더 절실한 듯싶습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말도 있듯이, 북한은 이번 교육제도 개편을 통해 사회주의체제를 더욱 공고히 유지하면서 외부 세계와는 긴 호흡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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