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57년 만에 발간된 북한 역사학자 리지린의 고조선 연구서 『리지린의 고조선 연구』(리지린 지음/이덕일 역해, 도서출판 말 발행)는 내게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1958년 43세의 원숙한 학자 리지린은 단기필마로 누천년 지속되어 온 대국주의의 화신 중국의 한복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중국 고사변학파의 대표학자라 할 고힐강 교수와 한판 승부를 벌
고석근 / 시인 솔연(率然) - 김남주 대가리를 치면 꼬리로 일어서고 꼬리를 치면 대가리로 일어서고 가운데를 한 가운데를 치면 대가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일어서고 뭐 이 따위 것이 있어 그래 나는 이 따위 것이다 만만해야 죽는 시늉하고 살아야 밥술이라도 뜨고 사는 세상에서 나는 그래 이 따위 것이다. ‘초한지’의 명장 한신은 젊은 시절 동네 양아치들의 가랑이
강남순 / 종주대원 백두대간 중간지대를 지나 북으로 북으로 남녘의 지리산에서 북녘의 백두산까지 이어진 우리의 혈맥을 오른다는 건 산을 좋아하는 모든 이의 바람이다. 산을 오른다는 건 언제나 숨이 턱에 차고 다리는 천근만근인 듯 힘들다.이번이 백두대간 종주 34차 산행! 처삼촌 벌초하듯 듬성듬성 산행에 참가하는 처지에 산
고석근 / 시인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
(정상덕 교무)대각이라 쓰고 개벽의 소식이라 읽습니다.대각은 영원한 세상에 길이 빛나는 해와 달과 같습니다.대각은 근본이요, 영원이요, 순리입니다.만고일월이 화두가 됩니다. 시인 조병화는“만고일월”을 이렇게 새겨주셨습니다 만 고 일 월 이 바람 부는 산천에서얼마나 적막했길래만고일월이라 했을까 실로 세월은 만고일월일체 만물이 흥망성쇠명멸로 이어지며그 허망을
고석근 / 시인 밤비 - 백거이 철 이른 귀뚜라미 우는가 했더니 뚝 그치고 기름 적은 등잔불도 꺼질듯 다시 밝아져 창밖엔 밤비가 내리고 있구나 그러니까 파초닢이 소리를 내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주인공 댈러웨이 부인은 노년이 되어 혼자 중얼거린다. ‘다 끝났어. 이젠 사랑을 나누지도 않지.’ 그녀는 처녀 시절 사랑과 열정을 지닌 피터를
전용정 / ‘통일뉴스 백두대간종주대’ 대장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의 끝자락, 초가을의 길목에서 이름도 정겨운 안생달 마을에 다시 왔다. 이번 구간은 작은 차갓재부터 월악산 권역의 끝자락 벌재까지이다. 지난번에 이어 다시 이 마을에 오니 낯설지 않고 반갑게 느껴진다.버스에서 내리니 마을 청년이 오미자차를 한잔씩 권하면서 오미자차와 와인을 팔고 있다. 새콤
(정상덕 교무)어린 시절 동무들과 뛰어놀던 무대는 농촌의 드넓은 들판이었습니다.낮에는 개구리 울음소리, 밤이면 부엉이 소리를 음악 삼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습니다.초등학교 시절, 마을 대표로 교회 초등부 찬송가 대회를 나갔지만, 너무 긴장했었나 봅니다.무대에 오르자마자 풍금 연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노래를 시작해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그 긴장과
연개소문은 양만춘을 내버려뒀을까? 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궁금한 건 알아봐야 직성이 풀리니 일단 사실 확인부터 들어가 보자.우선 안시성의 성주 이름이 양만춘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단다. 안시성 성주가 대단한 호걸이라고 전해지기는 하나, 역사서에는 ‘안시성 성주’라고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야사에 그의 이름이 나오지만, 이는 임진왜란 때 조
고석근 / 시인 화사(花蛇)- 서정주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아름다운 배암…….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꽃대님 같다.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달
신간 『남과 북 아이들에겐 철조망이 없다』에는 지난 1998년부터 20여년 동안 49번 방북한 이기범 숙명여대 교수의 경험과 그가 이사장을 맡아 꾸리고 있는 북녘 어린이 지원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가 135번 방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책이 출간된 직후 저자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
김한결 (초등학교 4학년, 김태훈 회원의 큰아들)2018년 9월 15일 일요일 날씨: 흐림, 비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예봉산으로 출발했다. 동생이랑 같이 가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서 같이 못 갔다. 화전역에서 출발해서 26정거장을 더 갔다. 그동안 나는 새로 받은 게임을 하면서 갔다. 드디어 팔당역에 도착했다. 산행 같이 하는 삼촌들은 먼저 와 있었다.
고석근 / 시인 가족 - 진은영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고대 인도의 서사시 ‘바가바드기타’에는 크샤트리아(무사 계급)의 해탈에 대한 지혜가 나온다. 왕위를 찬탈한 삼촌과 그의 친족들을 몰아내고 자신이 왕위를 이어야 하는 왕자 아르주나는 깊은 고뇌에 빠진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차라리 그들의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