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에는 늘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도 체험하곤 한다. 남북교류 역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단절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철저한 단절이 뜻밖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북한 관련 두툼한 연구서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환자를 진료소에 앉아 기다리지 않고 가가호호 방문하거나 농민들이 일하는 포전(圃田)을 순회하는 활동을 일상화했다... 한겨울 얼음 강에 빠지면서도 멀리 떨어진 마을에 왕진을 나갔다. 수혈 역시 당연시했다. 심지어 의사가 심한 골절을 당했어도 환자를 먼저 처
“왜곡된 우리의 정체성을 잘 알고, 중국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고,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려면 유라시아라는 넓고, 크며, 깊고, 다소 복잡하지만, 다양성있는 범주와 개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구려사와 동아시아 해양사를 천착해 온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윤명철 유라시아 총서』 6권을 전자책으로 펴냈다. 『유라시아 세계의 이해와 활용』『유라시아 세계와 한민족』『천년 서사의 영토 극동시베리아를 가다』『푸른 강역 한민족의 고향 바이칼을 가다』『천산을 넘어 알타이와 로드 루트를 찾아 나서는 길』『중앙아시아 오아시스 로드를 찾
"이 책은 탈북자 문제를 인권이라는 보편적 문제로 위장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기존 이데올로기 논리를 실사구시로 해체시키는 거의 유일무이한 책이다."1997년부터 조선과 중국 접경지역을 다니며 우리 민족의 삶을 취재해 온 조천현 피디의 신작 『탈북자』에 대한 박현옥 캐나다 요크대학교 교수의 추천사이다.파란색 바탕에 『탈북자』라는 강렬한 제목. 책을 둘러싸고 있는 노란띠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탈북자 이야기'라고 쓰여있다. 불쑥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굳이 뭔가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탈북자'라는 제목을 썼을까. 탈북자 문제란
“일본군이 먼저 공주를 차지하였으니, 사태가 접전하지 아니할 수 없어, 2차 접전 후 1만여 명의 군사를 점고한즉 남은 자가 불과 3천여 명이요, 그 뒤에 또 2차 접전 후 점고한즉 군사가 5백여 명에 불과하였다. 그래서 패주하여 금구에 이르렀다.”(「전봉준 공초」 중)동학농민군이 결정적으로 패퇴하게 된 우금티 전투 당시의 상황을 이 전투를 이끈 전봉준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군과 명운을 건 일대 전투였지만 일본군의 신식무기에 완패한 것.“활동내용이 독립운동 성격 불분명하다.”과거도 아닌 2020년 3월 2일, 국가보훈처 공훈발굴과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1년, 중국 상하이에서 이광수의 변절과 일제의 영향력으로 프랑스 조계 당국의 탄압을 받아 발행이 중단된 임시정부의 기관지 이 복간됐다.을 되살린 이는 희산(希山) 김승학(金承學, 1881-1964)이었고, 주필은 백암(白巖) 박은식(朴殷植, 1859-1925)이 맡았다. 광복후 발간도 일제시기 독립운동의 연장이었다.“내가 일찍 조국 광복을 위한 운동 대열에 참여하여 상해에서 『독립신문』을 발행할 때, 백암 박은식 동지가 편저한 『한국통사』라는 나라를 잃은
연초 내외의 관심 속에 8일간 개최된 북한의 제8차 노동당대회를 마무리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회주의경제건설은 오늘 우리가 총력을 집중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이라며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5개년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을 벌려야 한다”고 ‘결론’지었다.8차 당대회를 생중계하다시피 하던 언론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들로 돌려진지 오래고, 북한이 과연 당 대회에서 마련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대외적인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새로 등장한 미국 바이든
70여년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중에는 비록 지금은 아스라한 기억으로 퇴색하고 있지만 남북 경제협력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남북경협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1988년 7월 7일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 발표와 함께 추진되기 시작했으니 나이로 치면 이미 30년 세월을 훌쩍 넘겼다.그 세월만큼 한칸 씩이라도 나이테를 키웠다면 이미 장성한 소나무로 컸을 남북경협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 전면중단, 2010년 5.24대북제재조치,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와 봉쇄에 가까운 대북제재로
‘결국’이라고 해야 하는지, ‘드디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2021년 1월 20일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퇴장하게 되었다. 전무후무하게 ‘지저분한’ 퇴장이다. 지난해 선거 직후부터 승리를 장담했지만, 그는 패배했다. 하지만 승복하지 않았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둘로 쪼개버렸다. 급기야 지난 1월 6일에는 그의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켜 사망자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그토록 자랑하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돌이켜보면 트럼프 4년은 미국은
'이석기'세월이 꽤 지났으니 누구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 어지간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이름이 어떤 식으로든 뇌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민혁당이라는 전사(前史)도 있지만 '이석기'는 세상에 이름을 알린 순간부터 줄곧 'RO(혁명조직)', '전화국·도시가스 폭파', '내란음모·선동', '경기동부' 등과 연관 검색어였고 '통합진보당 해산'의 결정적 원인으로 거론되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진보의 대연합이 절실했으나 결과는 통한의 분열로 나타난 그때. 사람들은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을 '이석기'에게
70여년을 갈라져 살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서로 한결같은 것은 무엇인지, 달라졌다면 어떻게 변했는지를 잘 살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그것이야말로 기어코 같이 살겠다는 의지이자, 열망이며, 가장 구체적인 통일준비이기 때문이다.『다르고도 같은 북의 예술이야기』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이 책은, 북의 문학과 예술을 대상으로 다른 면을 다르다고만 인식하지 않고 포용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의 산물이다.1년전에 나온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1-이젠 말할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이은 북 바로알기 연작의 두번
큰 나룻배에는 족히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타고 있다. 사공이 노를 젓는 맞은 편 뱃머리엔 갓 쓴 양반이 정좌해 있고 탁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고 있는가 하면 패랭이를 쓰고 등짐을 맨 보부상도 여럿이고 갓난아이를 들쳐안은 어미와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린 여인 등 그 행색만 보아도 각각이 생동하다.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양쪽으로 볏단을 무겁게 실은 황소 등에는 짐 한 보따리가 더 얹혀 있는데 정작 소는 생전 처음 타보는 나룻배에서 평온하게 강물만 쳐다보고 있다. 한 배에 타고 있는 나귀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묵묵히 흐르는 강물만 바
1979년 10. 26 사건으로 박정희가 사망한 이후 청와대 비서실 금고에서는 현찰 9억 6천만 원이 나왔다. 이것은 가짜 뉴스가 아니고,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 18대 대선 후보 토론회 등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9억 6천만 원 중 박근혜가 받았다는 6억이면 대략 지금 돈으로 수백 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비서실 금고에서 그런 현찰이 나왔으니 집무실 금고에는 얼마가 있었을까? 또 금고에 그런 현찰이 있다면 해외 은행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있을까? 이것만으로도 박정희는 도둑
“무릇 영웅은 나라의 방패와 성이요 인민의 지휘관이다. 영웅을 냉담히 대우하는 것은 나라의 방패와 성을 해치고 인민의 생명을 멸시함이니, 어찌 생존의 기초와 활동의 무대를 얻겠는가? 이는 우리 나라와 우리 백성이 오늘의 이 지경에 빠져든 원인이다.”자기 나라의 역사적 영웅을 냉대하는 나라와 백성은 필경 망할 수밖에 없다는 백암 박은식의 탄식은 일제의 식민지
정창현 /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우리는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화와 인터넷매체의 발달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와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 지구가 일일생활권이 된지 오래다. 이제 어느 나라나 세계경제와 담을 쌓고 살 수 없다.그러나 정보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이뤄진 현상적인 모습과 달리 세계화는 본질적으로 전 지구적 시장의 단일화, 기업활동의 자
'한국에서 진보답게 살려면 알아아할 것들'이라는, '그럴듯'할 수 도 있고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제가 달린 책이 나왔다. 제목은 『진보 길라잡이』. 진보의 길로 인도하겠다는 의도, 의지가 담겨있는 제목이다.487쪽에 달하는 두터운 책이다. 그렇다고 쫄건 없다.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되
북한 문제, 특히 김일성 북한 주석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의미 있는 책이 나왔다. 손원태 회고록 『내가 만난 김성주-김일성』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드는 첫 느낌은 1996년에 완성된 귀한 원고가 ‘왜 이제야 책으로 나왔는가’ 하는 의구심이다.김 주석과 손정도 가문과의 범상치 않은 관계저자가 ‘손원태’ 하면 누구인가? 하
흔히 남북관계를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하다'는 비유로 설명하기도 한다.벌써 3년전인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정부성명으로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 전쟁위기는 한달여 지난 2018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창올림픽에
때로는 현실이 더 극적이고 소설이나 영화 같아서 소설이나 영화가 뭇사람의 눈길을 끌 수 없는 시기도 있다. 최근 촛불집회와 정권교체가 그랬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급진전이 그랬다. 역사의 격변기를 건너가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온몸으로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그 같은 시기가 어찌 최근 뿐일까. 해방과 전쟁, 군부독재와 민주화운
“너무나 지금 거대담론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시대가 됐다. 너무 거대담론이 사라져 버리니까 전부 일상적인 문학이 나오고, 거기에 따라서 인문학 자체가 미세화 돼서 어떻게 보면 역사라든가, 사회라든가 이런 문제가 완전히 밀려나 버리게 된 것 같다.”노(老) 평론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제기한 문제의식은 만만치 않았다. “세계역사나 한국역사가 지금 산업사회가 깊
아버지는 명태를 좋아하셨다.명태는 찬물에 사는 냉수성 어류로, 함경도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이름 없는 물고기였단다. 그런데 옛날 함경도에 부임한 관찰사가 식탁에 오른 생선이 맛있어 이름을 묻자 이름이 없다고 하니 명천군의 ‘명’자와 고기 잡은 어부의 성씨 ‘태’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 ‘명천 사람 태씨가 잡은 물고기’란 뜻의 ‘명태’라는 이름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