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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시(詩)- 파블로 네루다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도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4.0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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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나 혼자 자라겠어요- 임길택길러지는 것은 신비하지 않아요. 소나 돼지나 염소나 닭 모두 시시해요. 그러나, 다람쥐는 볼수록 신기해요. 어디서 죽는 줄 모르는 하늘의 새 바라볼수록 신기해요. 길러지는 것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볼품없어요. 나는 아무도 나를 기르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나 혼자 자라겠어요.우리의 이상적 인간상인 성인(聖人)은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3.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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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도인을 찾아서- 가도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하네.이 산 어디인가 계시련만,구름이 너무 깊어 알 수가 없다 하네.사마천은 친구를 네 부류로 나눈다.첫째는 '적우'다. 도적 같은 친구다. 무언가를 얻어가는 친구다. 얻을 게 없으면 만나지 않는다.둘째는 '일우'다. 즐거운 친구다. 함께 만나 쇼핑을 하거나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3.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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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눈물의 방 - 김정란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거기 방이 있어 작고 작은 방 그 방에서 사는 일은조금 춥고조금 쓸쓸하고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오래 살다 보면방바닥에벽에천장에숨겨져 있는나지막한 속삭임 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나도 아파하지만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 보는 얼굴네가 나의 천사가내가 너의 천사가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3.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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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자선병원 하얀 병실에서 - 브레히트자선병원 하얀 병실에서아침 일찍 깨어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깨닫게 되었다. 벌써 오래 전부터 나에게서죽음이 공포는 사라졌다. 나 자신이없어지리라는 것만 빼놓으면, 다른 것은하나도 달라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죽은 다음에도 들려 올 지빠귀의 온갖 노랫소리를이제야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되었다.노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2.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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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지리한 장마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근원은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2.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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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다 놓아버려- 원효옳다 그르다 길다 짧다 깨끗하다 더럽다 많다 적다를 분별하면 차별이 생기고 차별하면 집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옳은 것도 놓아 버리고 그른 것도 놓아 버려라 긴 것도 놓아 버리고 짧은 것도 놓아 버려라 하얀 것도 놓아 버리고 검은 것도 놓아 버려라 바다는 천개의 강 만개의 하천을 다 받아들이고도 푸른 빛 그대로요 짠 맛 또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2.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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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샘물 - 김달진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동그란 지구의 섬 우에 앉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오랫동안 모셨던 아난다는 중생인 자신과 부처인 석가의 차이가 도대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그래서 석가의 일상을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했다.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2.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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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천년의 바람- 박재삼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1.28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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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오감도(烏瞰圖) - 이상시(詩) 제1호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6의아해가무섭다그리오.제7의아해가무섭다그리오.제8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9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1.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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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노란 꽃에 바치는 노래 - 파블로 네루다우리들은 먼지, 먼지가 되리. 공기도, 불도, 물도 아닌 땅, 단지 땅이 될 뿐 그리고 몇 송이 노란 꽃이 될 뿐. 사마천은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고 했다.하지만 나는 죽음이란 ‘먼지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10여 년 전 어느 날 밤이었다. 잠을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1.1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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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이 땅에 - 브레히트너희들은 벌거벗은 아이로 왔다. 한 여인이 너희를 포대기로 감싸 안았을 때 너희들은 가진 것 하나 없이 떨며 누워있었다. 어느 누구도 너희들을 부르지 않았고, 너희들을 원하지 않았으며 마차에 너희들을 태워가지 않는다. 언젠가 한 사내가 너희들 손을 잡았을 때 너희들은 이 땅 위에서 알려진 존재가 아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5.01.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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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짐승들- 휘트먼나는 짐승이 되어서 그들과 함께 살았으면 한다. 그들은 아주 침착하고 과묵하다. 나는 서서 오래오래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제 처지 때문에 힘겨워하거나 애처롭게 울지 않는다. 그들은 어둠 속에 깨어 앉아 죄 때문에 울지 않는다. 그들은 하느님에 대한 의무를 논하여 나를 구역질나게 하지 않는다. 한 놈도 남에게 또는 몇 천 년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고석근
2014.12.3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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