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를 담은 삶들’은 현재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듣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혹자는 박정희식 산업화의 신화가 깨진 것처럼 과거 민주화 ‘운동’의 신화도 깨졌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운동’적 삶을 살아가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삶에는 역사적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친구가 때로는 열사가 되고 일상적인 활동이 역사에 큰 사건으로 남기도 합니다. 역사적 사실인 ‘서사’를 안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순간들을 담고자 합니다. 수수의 ‘서사를 담은 삶들’ 연재는 격주 화요일에 게재됩니다. 수수
태백산맥(太白山脈)의 숨결 ⑤혁명(革命) 한 해가 지났는데... 생존경쟁(生存競爭)에 지친 「맹수(猛獸)들」마법(魔法)의 피리소리에 괴로운 인생(人生)들만 모여갱구(坑口)하나 뚫리면 마을도 하나 광산촌 하늘마다 늦가을 낙엽처럼 지전뭉치가 마구 흩날려든다는 허풍스런 소문은 이 고장에 비단 거지 떼만을 불러들인 것은 아니었다. 「돈이 쏟아진다!」 「땅속에서 노다지가 터져 나온다!」 누구의 입으로부터인지 흘러 퍼진 이 말들은 강원도 땅 깊은 두멧골에서부터 이웃 고을은 물론 멀리 서울과 남해의 여러 지방 농어촌에까지 「마법(魔法)의 피리」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함남 북청 출신의 강광 화백과 제주 구좌 출신의 황태년 화백은 남과 북의 비극적인 현대사가 서로 바꾼 미술가라는 생각이 든다.1.강광(姜光, 1940~2022) 화백은 1940년 함남 북청에서 태어났다. 이준 열사의 고향이다.강광 화백은 196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를 졸업한 후에 입대하여 1년 반 동안 월남전에 참전했다. 이후 1969년부터 1982년까지 제주 오현중‧고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고영훈‧강요배‧백광익‧강승희 등 제주지역 작가들을 화단으로 이끌었고, 유신시절인 197
도화서 동료가 찾아왔다.매서운 눈초리의 남자가 동행했다.누군지 물어보지 않았고 소개하지도 않았지만, 신윤복은 사헌부 관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자네도 소문을 들어서 알겠지만 나도 정조 임금의 화성행차도 사업에 참여했네. 그 공로로 포상을 받았네. 오늘은 좋은 곳에서 한 잔 사겠네.”조용하지만 제법 기품이 있는 술집으로 안내했다.“자네 그림을 광통교에서 보았네. 참으로 멋지더군. 사람들이 살아가는 솔직한 풍경에 자네의 섬세한 감성이 스며들어 있더군. 인물의 표정을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능력과 적절한 채색이 배경과 잘 어울렸네. 단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이번 제27회 연재는 가야국(伽倻國)에 대한 글이다. 오래전부터 가야국의 실체에 대하여 생각해 왔지만, 나는 이제서야 가야국에 대한 나의 관점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 연재의 앞머리에서, 가야국은 기존에 남아있는 『가락국기(駕洛國記)』를 넘어서서 보아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우선 나는 가야국은 고조선의 무사(武士) 세력이 남하하여 세운 국가로 본다. 한반도 최남단의 국가인 가야국의 유물에서 보이는 갑주(甲冑)라든가 무구(武具) 및 마구(馬具)가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
코로나 19 때문에 3년 만에 열려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2022년 4월 28일~5월 20일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이 진행되었다. 전국과학기술축전은 북의 과학자, 기술자를 망라한 단체인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중앙위원회가 주최하는 발표회·토론회·성과전시회·기술혁신 경기 등 수많은 과학기술 행사 중 하나이다.다른 행사들이 대부분 특정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 비해, 과학기술축전은 모든 부문·지역·단위를 아우르는 북 최대의 종합 과학기술 행사이다. 1980년대부터 시작한 연례행사연례행사인 과학기술축전이 올해 35번째였으니
논단 백범 김구선생의 암살흑막을 왜 무더두려는가불란서 혁명시의 정열적인 계몽사상가 「곤드르세」는 감옥에서 스스로의 목숨 줄을 끊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나는 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역사에 의하여 심판과 위안을 받고자 한다.」라고. 이는 역사의 음지에서 의롭고 바른 일을 하다가 숨져간 분들과 그리고 지금도 어려운 환경속에서 빛을 찾고 보람을 느끼면서 애써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겐 필요하고도 알맞은 말임에 틀림없다. 12년 전 철없는 청년장교 독재자의 한 고용병에 의하여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진 겨레의 거성. 백범 김구 선생의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바로 잡아야 한다. 왜곡된 기념사업을 바로 잡아야 한다.1.무엇이 왜곡되었는가? 허준(許浚, 1539~1615)의 고향과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술지와 허준의 사망지가 서울 강서구 가양동으로 왜곡되었고, ‘허준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허준이 강서구와 관련이 있는 것은 허준이 양천허씨(陽川許氏)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강서구 공암(孔巖) 지역은 양천허씨 시조 허선문의 전설적 유적지일 뿐이다.허준의 고향은 강서구 가양동이 아니라 옛 ‘장단군 대강면 우근리’의 양천허씨 집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경을 과감히 없앴다.삶의 핵심을 추려내고 상황에 따른 해학적 요소를 가미했다.신윤복 풍속화의 핵심은 ‘현실성’이다.김홍도와 달리 배경과 채색을 넣어 시공간을 고정하는 조형방법을 사용한다.배경은 시간과 위치를 특정하며, 채색은 사실감을 높인다.서양의 사실주의(寫實主義, realism)가 사회 비판이라면, 신윤복은 풍속화를 통해 ‘현실의 긍정’을 표현한다.신윤복이 표현하고자 하는 현실은 한양 뒷골목에서 꿈틀거리는 인간의 욕망이다.유전자에 박혀있는 원초적 욕망이 아니라 사회에서 발현되는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한 세기 반 동안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강산이 15번 이상 바뀌는 기간 동안에 행해진 미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이런 작업이 제대로 이뤄져야 미국과 관련한 한반도 미래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국가 간 관계나 역사에 대한 분석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파악이 맨 먼저 해야 할 작업이다. 동시에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도 시각에 따라 상반된 해석이나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한미관계 근현대사, 미국 정부의 한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3. 우리 민족의 중요 사료 및 역사서이번에는 1979년 세상에 나온 『환단고기(桓檀古記)』를 다루고자 한다.1979년 『환단고기』가 나오자, 이후에 이 책이 “위서냐? 아니냐?”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 논란에서 논자(論者)들은 아무도 문화사적으로 이 책의 본질을 검토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각자가 이 책이 역사책이냐는 관점에서 “‘도’ 아니면 ‘모’로 검토”하였기 때문이다. 즉 “역사서로서 ‘전부 진실’이 아니면 ‘전부 거짓’으로 검토”해 온 것이다.(29) 『
미국은 20세기 들어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떠올라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도, 호주, 일본과 함께 중국을 포위한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했다. 이를 대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Quad ;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라 부른다.1)미국은 지난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나토와 쿼드를 연결시킨 군사적 시스템을 발족시켰다. 지구촌을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진영이 중국, 러시아와 대결하는 방식의 신냉전 시대를 시작하는 조치를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1.1948년 8월과 9월에 남과 북에 각기 정부가 수립된 이후로, 남측의 수구친일친미세력과 북측의 공산혁명세력은 남북 상호 간의 강한 대립으로 각자 정부의 권력과 안정을 도모하고 유지하여 나갔다.김영삼 문민정부 이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가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줄달음을 쳐 다가간 정부라면, 이후의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는 민족의 이질성을 재확보하기 위하여 남과 북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줄달음을 쳐 달아난 정부이다. 독자들도 그
천인공노할 전쟁범죄를 저지른 731부대의 상징적인 인물이 이시이 시로(石井四郎 1892-1969년)다. 그는 의학 박사, 일본 육군 중장으로 731부대 창설자이자 최고 지휘관이었다. 그는 일제의 중국 침략 시기인 1935~1945년까지 관동군 방역급수부장 신분으로 중국 하얼빈 등지에서 수년간 세균 감염, 동상 실험, 생체해부 등 잔혹한 생화학실험을 진행해 중국의 수많은 군인, 민간인을 감염시켜 살해했다.1)이시이 시로는 지바현 산부군 시바야마정에서 많은 땅을 소유하는 지주였던 아버지의 4남으로 태어났다.2) 그의 맏형은 러일전쟁에서
[도화서]를 그만둔 신윤복은 한양의 시장과 뒷골목을 돌아다녔다.그곳은 신윤복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별세계였다.청나라에서 수입한 귀한 물건이 가득한 상점, 밀가루로 지진 전과 빈대떡을 파는 전집, 한강에서 잡은 각종 생선이 있는 어물전, 쇠고기를 파는 육전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사람들은 정신없이 오고 간다. 엄청난 양의 식재료를 실은 나귀가 지나가고 백정들은 쇠고기를 담은 항아리를 지고 나른다.한껏 빼입은 기생들이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지나가고 여관에는 보부상들이 짐을 쌓아두고 곰방대를 물고 있고, 한쪽 주점에는 대낮부터 술판
― 하노이 노딜 이후 "사활적 문제"로 강조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2021년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2022년 열린 최고인민회의 등 북의 주요 회의에서 재자원화가 주요 과제로 계속 언급되고 있다.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등에는 모든 부문과 단위들이 재자원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기사가 반복적으로 실리고 있다. 같은 해 10월 초~11월 말로 예정된 [전국국토환경보호부문 과학기술발표회-2022] 2차 발표회에서는 도로, 강하천 부문과 함께 재자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3. 우리 민족의 중요 사료 및 역사서2010년쯤에 내가 겪었던 실화이다. 제주시내의 어느 서점을 들르니 마침 주인은 탐라시대의 상고사 연구한답시고 중국에서 출판한 것으로 보이는 한 책에 몰입해 있었다. 그는 그 책을 내게 보이며 탐라국이 중국 본토에서 건국했다고 주장한다.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 때 북위(北魏)에서 산동성에 설치한 주 가운데 제주(濟州, 齊州)가 있기는 하다. 423년(北魏 泰常8年)에 설치하여 1348년(元 至正8年)에 폐지한 주(州)이다. 그러나 이 북위의
세계사를 보면 인간의 탈을 쓴 악마도 등급이 있다. 세계 최악으로 지탄받는 악마가 저지른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죄악은 그 내용을 보도 듣는 것조차 너무 힘들 정도로 지독하다. 머릿속이 아득해지고 가슴속이 토할 듯이 뒤틀리게 만들 정도다. 그런데 한 술 더 뜬 악마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일본 731부대가 태평양전쟁 당시 한민족, 중국인 3천~1만 명을 대상으로 자행한 생체실험이 포함된 전쟁범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암거래였다.미국 정부는 2차 대전 후 일본군정 책임자였던 맥아더를 시켜 731부대원들이 가지고 있던 생
「씨앗」은 뿌려도 굶어야 하니 ○.... 굶주림 속에서도 씨앗은 뿌려야했다. 봄이라곤 해도 물속에 잠긴 발은 시리도록 차다. 허기찬 배를 허리띠로 졸라맨 육순의 몸은 무척도 메말라 붙었다. ○.... 땅에 집착한 농민의 설움... 조상대대로 물려온 「흙의 노예」들이 제 땅이 되었다고 기뻐했던 한 때는 허무하게 흘러 버렸다. 이제 새로운 지주 손에 넘어간 땅을 파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 끼니를 에인 굶주림을 안고 못자리에 씨 뿌리는 손이 가늘게 떨린다. ○.... 뿌릴 씨앗도 남기지 않고 먹여야 사는 농민도 있다. 차마 씨앗을 먹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