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유치원 앞에서 일어난 일10월 25일(토). 북한 방문 22일째로 마지막 날이다. 출국하는 날이다. 어김없이 6시에 산책을 나갔다. 물안개 자욱한 대동강 풍경이 포근하다. 멀리 양강도 호텔이 새벽잠에 취해있고, 막 잠에서 깨어난 듯 준설선이 불빛을 반짝이며 모래를 퍼 올리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철교 너머로 주체탑이 보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서점에서 -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10월 24일(금). 북한 방문 21일째 평양 체류 마지막 날이다. 3주일이 금방이다. 내일 아침 평양 출발이다. 오늘도 6시에 산책을 나갔다. 동지까지는 아직 꽤 남았지만 처음 올 때보다 더 어둡다. 신 새벽, 대동강 변을 천천히 걷는다. 이제 풍경들이 제법 익숙하다.대동강물이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만수대 창작사 방문10월 23일(목). 북한 방문 20일째다. 오늘 오전은 만수대 창작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운전사 방 동무가 사정이 있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김 참사와 둘이서 택시를 타고 갔다. 창작사 앞에 도착했다. 정문 넓은 공터에 단체관람 온 학생들과 인솔자가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있다. 안으로 들어가 걸어가는데 오른쪽으로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조국통일”, “야!~”, 처녀들의 함성이 뒤뜰을 쩌렁쩌렁 울린다10월 22일(수) 맑음. 북한 방문 19일째다. 어제 저녁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유리창 철망 사이로 모기 몇 마리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녀석들에게 물렸는지 몇 군데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아침 산책을 가볍게 다녀왔다. 돌아오면서 보니 길가 푯말에 거리이름이 ‘련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평양의 새벽은 오늘도 조용하다10월 21일(화) 맑음. 북한 방문 18일째다. 잠이 깼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로비에 안내원이 기다리고 있다.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천천히 시내 쪽으로 걸어간다. 조용하다. 새벽이면 들려오던 두부장수 종소리도, 요구르트 아줌마의 바쁜 발자국 소리도, 신문배달 아이의 ‘신문이요’ 소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북미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되면 핵문제 해결됩니다"10월 20일(월) 맑음. 북한 방문 17일째.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섰다. 대동강둑을 따라가는데 학생들이 길가 난간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한두 명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걸어가는 젊은이도 보인다.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까, 하고 김 참사에게 물었다.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장충성당 미사에 두 번째 참석하다 10월 19일(일) 맑음. 북한 방문 16일째 일요일이다. 성당 미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아침 10시에 장충성당 미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택시를 잡느라 늦게 도착했기에 이번에는 좀 서둘렀다. 오늘 아침도 택시 잡는 일이 여전히 힘들다. 서둘러 가는데 마침 성당 가는 어느 길목이 공사 중이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마식령은 조선 최초의 스키장이 건설된 곳10월 18일(토) 맑음. 북한 방문 15일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스키장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바람이 차다. 이곳 마식령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원산시 신풍리에 속한다. 신풍리는 1920년대에 조선 최초의 스키장이 건설된 곳이다. 1880년, 일제의 압박에 의해 원산항이 개항하면서 원산에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함흥시의 아침 풍경10월 17일(금) 맑음. 북한 방문 14일째다. 아침 6시 기상. 혼자서 호텔 주변을 돌아보았다. 호텔 앞 노점상은 벌써 문을 열었다. 어제 저녁 홍시를 사왔던 곳이다. “건강에 좋은 두부 곡차를 판매합니다. 수푸있습니다.” 삐툴삐툴 쓴 글씨를 작은 종이에 걸어놓았다. 바로 옆 노점상은 식당인 모양인데 아직 문을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세포등판 가는 길10월 16일(목) 맑음. 북한 방문 13일째다. 아침 6시경, 속이 좋지 않아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다는 얘기를 듣고 김 참사가 내 방에 건너왔다. 어제 추운데 앉아 점심을 먹어 체한 모양이라며 마사지를 해준다.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전문가에게 배웠다고 한다. 속이 한결 편하다. 오늘은 오전에 고산과 세포등판을 다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고성만의 아침 풍경10월 15일(수) 맑음. 북한 방문 12일째 6시 기상. 창문을 여니 고성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물결이 잔잔하다. 여객선이나 고깃배는 물론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다. 2003년 10월, 설봉호를 타고 오후 2시 속초를 출발하여 해질녘인 6시30분에 이곳에 들어오던 날이 생각난다. 미국에서 온 L.A평통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새 아파트 분양은 부근에 직장이 있는 노동자부터 10월 14일(화) 맑음. 오늘은 평양을 출발하여 원산을 거쳐 금강산까지 가는 일정이다. 9년 전, LA평통 방문단으로 평양에 왔을 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원산을 방문하지 못했다. 그 때, 원산 출신인 나이 드신 문 선생이 방문단 일원으로 함께 왔었는데, 그 분은 원산을 방문한다는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개성의 아침 풍경10월 13일(월) 맑음. 북한 방문 10일째다. 잠이 깼다. 새벽 4시45분이다. 화장실을 가려고 스위치를 켰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더듬더듬 다녀왔다. 날이 밝아온다. 가만히 누워있으려니 바람에 댓잎 쓸리는 소리가 들린다. 반닫이며 경대 같은 방안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가만히 쓸어보니 왕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평양에도 애완견을 기르기 시작하는가10월 12일(일) 맑음, 북한 방문 9일째다. 6시 기상. 대동강 산책을 나갔다. 거북선 모형 배가 떠있다. 명량해전 현장인 우수영 울돌목에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국토종단 중 속초 부근 바닷가에 전시해놓은 거북선을 보았을 때는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평양의 종로통, 창전거리10월 11일(토) 맑음. 북한 방문 8일째다, 6시 기상해서 창전거리 쪽으로 아침 산보를 나갔다. 산책이나 산보라는 말이 원래는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는 개념으로 남북에서 누구나 편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 북한에서는 ‘산보’라는 말이 ‘데이트 신청’의 의미로도 쓰인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우수학생 발굴하여 각 도마다 제일중학을 만들어 특별교육10월 10일(금) 맑음. 북한 방문 7일째다. 6시 기상. 산책을 나갔다. 대동강변 여기저기 시민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율동을 하고 있다. 오늘이 당 창건일이란다, 축일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보인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체조 하는 노인들도 보인다. 산책에서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향산읍 풍경- 향산역 광장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붐벼10월 9일(목) 맑음. 북한 방문 6일째다. 5시 기상. 6시에 읍내 산책을 나갔다. 새벽달이 떠 있다.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저렇게 머뭇거리고 있을까.읍내가 새벽 어스름에 잠겨있는데 김일성 동상이 서 있는 곳만 불빛이 환하다. 저 앞쪽에 큰 건물이 보이기에, ‘저게 무슨 건물일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10월 8일(수) 맑음. 북한방문 5일째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5시다. 평양 첫날 새벽 닭 울음소리를 듣고 의아했는데, 부근 어느 집에서 닭을 기르고 있는가 싶다. 대동문 산책에서 만난 풍경들 6시, 대동문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란 표어가 보인다. 국보유적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10월 7일(화) 맑음. 북한 방문 4일째다. 오전에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운전사가 어느새 와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결혼은 했냐고 물었더니, 같은 직장에서 아내를 만나 연애결혼을 했고 아이가 하나 있다고 한다. 원호위원회에서 근무했다기에 그곳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은 혼자 아셔야 합니다” 하고 말문을 막는
정찬열 / 재미동포 시인 10월 6일 (월요일) 맑음. 북한 방문 3일 째다. 6시 10분 기상. 호텔 마당에 안내원이 벌써 나와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대동강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어제와는 반대 방향이다. 둑길을 걸어간다. 자그마한 흰색 애완견을 앞세우고 중년남성이 지나간다. 날씨가 흐리다. 저녁에 비가 내렸는지 도로 곳곳 움푹한 곳에 물이 고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