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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자료실] <시사촌평> 노대통령, 이제 제 갈 길을 찾으려는가?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5-04-04
<시사촌평> 노대통령, 이제 제 갈 길을 찾으려는가?

집권 2년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소추나 수도이전계획에 대한 위헌 판결로 좌절을 겪어야 했다. 또 한나라당의 끈질긴 방해로 그가 내건 여러 개혁입법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최고통치자로서 그의 체면은 많이 손상되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에 엄청나게 큰일을 하기로 작심한 듯하다. 그는 총리의 신사참배, 독도 영유권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군국주의 부활 등 일본의 방자무기(放恣無忌)에 대해 앞으로는 더 이상 자제하지 않고 정부차원에서 전략을 가지고 신중하되 적극적이며 단호하게 대처하여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창했다. 그 구체적 구상은 아직 확실치 않으나, 국군의 독자적 작전권을 조만간 회복하고, 한국이 자기의지와 무관하게 이웃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할 것이며,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전하여 지역 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의 선택에 따라서 동북아의 세력판도가 달라지도록 한다는 것 등이 그가 밝힌 복안이다.

한국을 옛 식민지로 얕보는 일본당국은 노 대통령의 예상외로 강한 언사에 잠시 당황한 듯 했지만 곧 한국이 뭐라 하건 그들의 소신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군국주의의 회생과 아시아의 패권회복을 노리는 일본 지도자들이 그렇게 나올 것은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니 일본과의 선린관계를 바라기는 한동안 어렵게 된 듯하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한국이 동북아 균형자역할을 하겠다, 즉 미국의 훈수대로만 하지는 않겠다는데 대해,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이다. 그 점을 염려했는지 노 대통령은 한국이 동북아 균형자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확고히 견지해야한다고 언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을 맹주로 섬겨온 한국이, 중국을 누르려는 일본에 제동을 걸 뿐 아니라 일본의 맹우이자 역시 중국을 가상적으로 지목하는 미국의 뜻대로도 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견지하겠다는 말을 미국이 어떻게 새겨들을지 궁금하다.

미국은 급속도로 부강해지는 중국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늦기 전에 무슨 방법으로든 중국의 강대국화를 저지해야겠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정책이다. 이점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일치된다. 그리고 이 역학관계가 장차 동북아의 안정을 뒤흔들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미일동맹은 그런 경우를 상정한 것이며 그 부속장치로 존재하는 것이 한미동맹인 것이다.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열강의 패권경쟁장이었던 근대한국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 말은 장차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싸우게 되어 그 와중에 한국민족이 억울한 희생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이 균형자역할을 해야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생각임을 뒷받침 한다.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의 뜻이 한국민족이 살기 위해서 이제 제 갈 길을 찾아가야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것은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감히 꿈도 못 꾸던 큰 포부이다. 그게 되기나 할 소리냐고 나무라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되고 안 되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의 지도자가 이제 내 갈 길을 내가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굳혔다는 사실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하지 않았는가?

한국민족이 살기 위해서 제 갈 길을 찾아 가려면 무엇보다도 한미일 공조를 지양하고 남북 간 분단체제를 화해협력의 과정을 거쳐 적어도 통일지향체제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 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국민족이 제 갈 길을 찾아가자면 의당 미국과 일본의 방해로 인한 고통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통은 통일을 지향하는 온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4월 4일자  통일뉴스 시사촌평13 자료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