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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자료실] <시사촌평>분단 60년에 통일은 아직도 아득한가?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5-01-01
<시사촌평>분단 60년에 통일은 아직도 아득한가?

을유(乙酉)의 새해가 밝아왔다. 새해의 의미를 광복 60년이라 애써 풀이들 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이 두 동강난 채 언제 어떻게 도로 하나로 합치게 될지 아직도 아득한 현실에서는 이를 분단 60년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더욱이 민족분열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채 맞는 새해의 감회는 기쁨이라기보다 차라리 서글픔과 분통의 뒤섞임이라 하고 싶다.

대통령도 없애야한다 했고 집권여당도 연내 폐기를 당론으로 정한 국보법을 끝내 폐지하지 못하고 해를 넘긴 것은 물론 반통일 보수세력의 아성인 한나라당의 집요한 반대에 부딪쳐 여야간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열린우리당의 정치력 부족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배경으로 국보법의 완전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보다 그 개정이나 대체입법에는 찬성하되 완전폐지에는 반대한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한편으로는 북을 동족으로 인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북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의 화해협력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남한사람들이 이런 거부감과 공포심을 해소하고 불식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남한사람들의 그릇된 고정관념을 바로 잡는 일도 시급한 과제이다.

우선 북한체제를 무조건 악의 집단으로 보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 공산체제가 결코 우리의 선택이 될 수는 없지만 북한정권은 항일무력독립투쟁의 자랑스런 전통을 이은 정권이다. 그들의 실정이니 행동은 반세기에 걸친 미국과의 적대관계의 환경 속에서 해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6.25전쟁의 책임을 전적으로 북에게 돌리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친일의 과거를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북진 통일을 외치고 꾀하던 남한의 집권층에게도 응분의 책임이 있음을 시인해야 한다. 또 북의 남침계획과 남의 무방비상태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북의 남침을 유도하여 남한을 유린시킨 후 구세주처럼 나타나 남한의 환심을 사고 분단을 고착시키면서 동북아패권 유지를 공작해온 미국에게도 그만한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또한 남북화해의 기운이 무르익을 때마다 훼방을 놓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한반도문제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 씨는 최근호 'Foreign Affairs' 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금의 소위 북핵문제는 2002년의 남북간 철도, 도로 연결계획, 개성공단 건설계획 등으로 남북이 급속히 가까워지는데 겸하여 일본마저도 대북수교를 서두는 상황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사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1993년에 미국이 제기했던 제1차 북핵위기라는 것도 91, 92년에 남북간 기본합의서와 비핵화 선언이 채택된 직후에 불거진 사태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문제 때문에 남북관계를 더 진전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또 한국에는 아직도 인구, 경제력, 군사력의 모든 면에서 훨씬 열세인 북한이 두려워 국보법의 전면폐지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결국 한국인들은 모두 알게 모르게 미국의 노름을 놀아주고 있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했으니 60년이면 강산이 변해도 여섯 번은 변했을 긴 세월이다. 물론 그동안 많은 것이 무척이나 달라졌다. 경제건설로 생활수준이 엄청 향상되었고 사람들도 매우 똑똑해졌다. 민주화가 돼서 국민의 권리도 많이 신장됐다.

그러나 남북이 갈라졌다는 사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60년이 지났어도 남북 간에는 여전히 맘대로 오고가지도 못하며 소식도 주고받지 못한다. 북한은 여전히 악이요 적이며 친북은 여전히 위험한 일로 기피되고 있다. 또 북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며 주한미군은 여전히 고마운 존재이다.

그래서 비록 헌법은 고문을 금지하고 있고 보안법으로 고문당하던 사람들이 국무총리가되고 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된 이 마당에도, 군사독재의 암울한 시절에 그 악법으로 고문을 자행하던 자들은 아직도 한나라당과 국회에 남아 있어서 국보법이 없어지면 나라의 정통성이 무너진다는 궤변을 농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은 그 소리에 홀리어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그래 가지고야 언제 통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2005년 1월 1일자 통일뉴스 시사촌평6 자료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