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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자료실] <시사촌평>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4-12-11
<시사촌평>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는 의회가 있으며 의회에는 여당과 야당이 있어 서로가 싸우게 마련이다. 싸우노라면 격해져서 때로 여야 간에 난투극이 벌어지는 수도 있다. 그런즉 민주주의를 한다는 한국의 국회에서 여야 간에 격론을 벌이다가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국회에서 여당인 열린 우리당이 당의 기본정책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4대개혁입법을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론분열법이라고 깎아내리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법안의 상정자체를 막기 위해서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하여 안으로 잠가버리고 여당의원들의 입장을 물리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에 걸 맞는 행동이라 할 수 없다.

이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국회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선 안 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여당이 국가의 뿌리를 흔들 수 있는 엄청난 법들만 들고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강변했다한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박 대표가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다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뿌리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시조이며 박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장군은 바로 1961년 5월 16일 군사반란을 일으켜 철저한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나중에 유신체제로 영구집권을 기도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뿌리를 송두리 채 흔들어 놓은 장본인이다. 그가 비명에 간지도 한참 되는 지금 그의 숱한 죄상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가 물꼬를 튼 군사독재는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져 전후 32년에 걸쳐 한국의 정치를 암흑 속에서 신음하게 했다.

이제 오랜 동안 자유와 민주를 위해 포악한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세력이 간신히 국회의 다수당을 형성하여 어두웠던 지난날을 청산하고 밝은 앞날을 설계하고자 내놓은 것이 열린 우리당의 4대입법안이다. 그런데 지난 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밑에서 국민을 억누르고, 물고문이나 전기고문으로 간첩을 조작해내고, 그 공로로 횡재와 사치와 황음을 즐기던 자들이, 오늘에 와서 저들의 죄과를 뉘우치기는커녕 식상한 색깔론을 들고 나오면서 개혁 법안의 국회상정 자체를 한사코 저지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언어도단의 행패이다.

물론 그들도 한나라당이라는 합법적인 정당으로 국회에 대표되고 있으니 국회는 그들의 반대의견도 들을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반대 입장은 온당한 방법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들의 반대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회의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는 것이야 말로 국가의 뿌리를 흔드는 폭거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의견을 들은 후 다수결로 결정하는 정치제도이다.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것은 결정된 다음에는 반대하던 소수도 이를 승복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나라당이 4대입법이 국기를 흔드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해서 그 상정 자체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총칼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5.16 군사반란과 같은 위헌행위이다.

국보법 폐지안이나 언론개혁법안, 사립학교법안, 과거사 청산법안 등은 모두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서 나온 법안들이며 국회에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2004년 12월 11일자 통일뉴스 시사촌평5 자료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