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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자료실] <시사촌평> 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4-11-23
<시사촌평> 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남미순방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외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대미외교에서 더욱 값진 성과를 올렸다.

APEC 회의 참석차 칠레로 향하는 도중 LA에 들른 노 대통령은 11월 10일 세계문제협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대북 무력행사나 봉쇄는 불안과 위협을 가중시킨다면서 북핵문제 해결은 대화이외에 방법이 없다고 언명했다. 전쟁은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핵이나 미사일이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적 억제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 출반 전에 가진 브라질 언론과의 회견에서는 충분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것이 한국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헐뜯기와 여당 발목잡기에 혈안이 돼있는 한나라당에서는 즉각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며 한미동맹과 국제공조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는 비난성명을 냈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런 발언은 경제손실을 가져온다거나 심지어 나라를 팔아 김정일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악평하는 하는가 하면 미국의 노염을 살까 두렵다고도 했다.

미국 국무성에서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을 취해 노 대통령의 연설에는 한국 측과 토론해보고 싶은 요소들이 있다며 미국의 불만을 간접적이며 완곡한 표현으로 내비추었다. 국내에서도 재선에 승리한 부시가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그의 강성 심복들을 요직에 안배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해서 한미관계의 앞날이 걱정스럽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11월 20일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LA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북핵문제의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추가적 강제조치의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북핵 6자회담에서의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이해를 표시했다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걱정했듯이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부시가 대노하여 한미관계가 깨지고 나라의 안보가 위태로워지고 경제가 망가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과 동족인 남한사람들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보는 시각을 미국인들에게 솔직히 알려줌으로써 미국의 대한반도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현실성 있는 시각으로 정세를 파악하도록 하였다. 또 앞으로는 그동안 국민에게는 오만하면서도 미국에게는 굴종하던 군사독재자들을 다루던 식으로 한국의 지도자를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신호도 보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반도의 문제는 원래 남북간의 문제였다. 그런데 미국이 끼어들어 지난 반세기동안 북한과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마당에 남한이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는 통에 한반도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지난 4년 반 동안 남북간에 화해협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남한이 미국의 견제를 받기 때문에 맘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미국이 북핵문제를 꼭 6자회담을 통해서만 다루겠다는 것은 한국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한국이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미국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인 입장에 서서 북한과의 민족공조도 모색하는 가운데 중국, 러시아, 미국 및 일본 등 주변 4강이 한반도에서의 이해관계를 서로 조정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함으로써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 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가 한국 외교가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 2004년 11월 23일자 통일뉴스 시사촌평4  자료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