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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자료실] 주한미군, 이렇게 내보낼 수 있다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3-12-12
주한미군, 이렇게 내보낼 수 있다


미군이 나가야 통일된다

미군이 나가야 통일이 된다. 그러니 통일을 위해서 미군은 내보내야 한다. 그것은 동북아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오래된 주장이다. 그러나 미군이 나가면 큰일난다는 고정관념의 포로가 된 한국사회에서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아직도 소수파에 속한다.

미군이 나가면 필시 북한이 쳐들어온다고 믿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그러나 혹시 모를 일이니 미군을 잡아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나라의 안전을 외국군에게 의존하면 나라의 자주와 민족의 자존이 심히 손상된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미군이 나가면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고 경제가 망가져서 안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남북간 실력의 격차로 북의 남침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지식층 인사들도 그런 이유로 미군철수에 대한 찬성을 주저한다. 1997년의 환란 이후 외국자본에의 예속이 심화된 결과이다.

그런데 미국은 금년 초부터 계속 주한미군의 재편, 재배치 혹은 감축을 구상 또는 계획중이라는 설을 흘리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마음은 뒤숭숭하다. 그 통에 "수평적" 대미관계를 내걸고 새로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의 기도 꺾였고 애매한 젊은이들을 이라크의 사지에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한국의 딱한 처지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의 세계전략상 필요에 따라 와있는 것

마침내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 11월 25일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냉전시대의 변화된 안보개념과 첨단무기의 개발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지상군의 규모를 줄이고 기동성이 높은 타격군으로 개편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한미군의 규모와 성격과 임무도 달라질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미국에 기대고 있는 한국의 안보체제도 이에 따라 변화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위해서 와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한미군은 오직 미국의 세계전략상 필요에 따라서 한국에 와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세계전략의 조정에 따라 주한미군의 규모, 성격, 임무가 달라지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은 어리석게도 자기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에 나라의 안보를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노무현 대통령은 12월 8일 전군 주요 지휘관 77명을 청와대로 불러 놓고 "미국과는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나 한국방위는 한국군이 주도해야 한다"며 "그래야 미국의 도움을 받아도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다"고 언명했다. 매우 시의 적절한 지적이다.

사실 한국은 그 안보를 미국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 떳떳하고 당당하지 못하다. 미군의 범죄나 환경오염 때문에 골치가 아파도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SOFA협정을 감수해야 한다. 주권국가라 하지만 전쟁이 나면 주권의 상징인 자기군대의 지휘권을 미군에게 넘겨줘야 한다. 수도 한복판에는 미군사령부가 널찍이 자리잡고 있으며 불평등한 방위조약으로 전국의 하늘과 땅과 바다가 모두 미군의 병력과 장비가 마음대로 드나드는 군사기지로 돼 있다.

미국은 또 주한미군의 장기주둔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북한과의 전쟁관계를 끝내지 않고 북한에 계속 압박을 가하면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부드러워질 수도 없고 달라지기도 어렵게 돼있다. 미국이 남북 간의 화해, 협력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통일을 위해서는 미군을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6자회담을 장차 동북아안전보장기구로 발전시켜야

지금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남, 북, 중, 미, 러, 일 사이에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회담의 초점은 북한의 핵 계획 포기와 미국을 위시한 5개국의 대북 불가침보장을 맞바꾸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은 구체적으로 분명하고 엄격하게 받아내되 북한에 대한 불가침보장은 되도록 관념적이며 모호하게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면에서 약세에 몰리고 있는 북한이 어느 선에서 타결에 응할 것인지 아직은 예측을 할 수 없다.

그러나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마침내 성공적으로 타결하게 된다면, 그 실적과 경험을 토대로 6자회담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전체의 안보문제를 집단적으로 다루는 동북아안전보장기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그 과정속에서 한국전쟁을 공식으로 종결짓고 한반도에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도 6자회담 참가국의 다자간 협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그 기구의 산하에 동북아 집단안보군을 편성하여 그 속에 주한미군을 포함시키면, 한반도 내에 일정한 수의 미군을 두면서도 그 군대를 북한과 적대관계를 가지는 군대가 아니라 지역안보의 임무를 띤 군대로 유지함으로써, 통일에 방해되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시적인 장래에 주한미군을 실질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과 적대관계에 있는 주한 미군은 없어져도 동북아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미군이 한반도의 일부에 남게 됨으로 북한의 남침이나 외국자본의 퇴거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북한을 적으로 삼는 미군이 없어지고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사라지면, 북한의 개방과 개혁도 촉진될 것이며 남북관계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면서 더욱 밀접해 질 것이다. 남북 간에 서로 상대를 두려워 한 필요가 없어지면서 대폭적인 군축으로 경제와 복지의 행상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의 전망이 훨씬 밝아질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아시아에 있어서의 지역주의적 체제의 가능성에 대해 종래에는 역사적, 문화적 유대의 빈약함을 이유로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근자에는 동남아에서 Asean(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또 중국과 일본도 Asean과의 유대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대북 투자를 위한 동북아개발은행을 설치하여 그 본부를 서울에 두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러시아의 관리들도 동북아의 다자안보체제에 흥미를 표시한 적이 있다. 미국인들 중에도 페리 전 국방장관이나 레이니 전 주한 대사를 위시해 동북아의 지역적 안보체제에 관심을 보이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정빈 전 외무장관 등 그런 구상을 밝힌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라종일 안보보좌관이 6자회담을 장차 동북아안보체제로 발전시키는 생각을 피력한 바 있다.

미국, 6자회담 성공한다면 6자안보체제 태동 반대 못할 것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독점해 오던 미국은 물론 다자 방식에 의한 동북아안보체제구축에 소극적일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을 베이징에서 가지면서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역할이 현저히 증대되었으며 그 결과 미국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감소되었다. 러시아는 동북아 문제에서 한동안 소외되었지만 최근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동북아에서 발언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미국은 그 동안 동북아에서 독자적인 패권을 확립하기 위해 다자주의적 방식에 냉담했으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된 6자회담이 성공한다면, 그 여세에 따라 동북아 6자안보체제가 태동하는 것을 막거나 기피하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특히 남북이 모두 동북아 집단안보체제를 원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일본까지도 이를 찬성하게 된다면 미국으로서도 이를 끝내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결국 한국의 정부와 국민이 통일을 위해서 주한미군의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런 방식의 효용을 북한에게 납득시킬 수 있으며, 그리고 관련 제국, 특히 미국을 설득시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