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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식자료실] 최근 한반도 통일정세와 민간통일운동의 방향

저자
김남식
출처
2003민족공동행사 부천추진본부, 부천시민센터
발행일
2003-06-30

최근 한반도 통일정세와 민간통일운동의 방향


김남식(통일뉴스 상임고문)


1. 최근의 한반도 통일정세


1) 미국 주도하의 보다 강경한 대북 3자공조 체제의 형성

한반도 통일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북미간의 핵문제를 둘러싼 위험스러운 상황전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후 북미간의 관계는 클린턴 시대와는 달리 새로운 차원의 적대관계로 접어들었는데 이는 다름아닌 부시 행정부가 세계적 규모에서의 군사주의적 패권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그 일환으로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적대관계를 의도적으로 클로즈업시키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핵문제를 가지고 북한에 대한 강경한 공세정책은 지난해 10월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켈리의 북한에 대한 일방주의적이며 독선적인 행태와 협상을 거부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이미 계획한 각본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이를 계기로 부시 행정부는 종래의 평화적이며 외교적 노력에 의한 해결의 차원을 넘어서 무력제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보다 강경화되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한반도 주변 관련국들과의 문제이므로 그들과 연대해서 외교적 방법(평화적 방법과 무력적 방법을 포함한)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며 북미간의 쌍무적 회담을 극력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부시 행정부는 종래의 한미일 3자공조 체제를 미국이 바라는 강경한 방향으로 새롭게 틀을 짤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특히 남한의 노무현 정부가 출범함으로서 더욱더 그러한 조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또한 참여정부 출범 후에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우선적 외교 과제로 선정하고, 첫째 북한 핵무기 보유 불허, 둘째 무력 절대 배제와 평화적 해결, 셋째 한국의 주도적 역할 등을 되풀이해 주장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자기들이 바라는 3자공조 체제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새로운 공조체제는 한미정상회담(5월14일)과 미일정상회담(5월23일) 그리고 한일정상회담(6월9일)을 통해서 이뤄졌다. 이에 관해서는 한일정상회담 공동성명 두 번째 항에서 `(대북정책과 관련) 5.14 및 5.23에 각각 개최된 한미정상회담과 일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칙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한일간에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데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일본은 미일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한 조치`에 합의한 후 미국의 강경조치에 동조하여 유사법제를 채택하고 만경봉호를 비롯한 북한 선박에 대한 사실상의 입항 거부 및 선제공격의 명분을 조작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남북한 우리 민족의 저항에 의해 결국은 실패할 것이다. 남의 힘을 빌어 허세를 부린다는 뜻의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고어가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비유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보다 강경한 한미일 3자공조 체제는 앞으로 미국 주도하의 대북정책을 수행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결국 참여정부는 미국이 주장하는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핵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점과 그리고 평화적 방법 이외에 `추가적 조치` 또는 `강력한 조치`라는 군사적 제재조치까지도 포함한 대북정책에 동의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에서 평화적 방법에 더 무게를 두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일본의 `강력한 조치`에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6월 13일 하와이에서 개최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는 북경 3자회담 후속회담으로서, 3자 이외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회담 개최에 합의했으며 또한 핵 이외에 마약거래와 위조지폐 등에 대해서도 공동 대처한다는데 합의하고 그밖에 `8월 말이 되면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 경수로 건설 현장에 일부 부품이 공급될 수 없다`라고 경수로 공사의 중단가능성 문제 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미일 3자공조 체제가 미국의 요구에 의해 새로운 차원에서 구축되었다는 것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참여정부가 주장해 온 주도적 역할은 사실상 물거품 되었고, 미국과 일본이 모든 옵션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해결방법에 한국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참여정부에게 국민이 바라는, 예컨대 민족공조를 통해서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민족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를 저버린 결과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는 종래의 한미일 3자공조 체제보다도 한발짝 후퇴한 셈이 되는 것이다.

2) 다자회담

앞서 지적한 대로 북한의 핵문제는 북미간의 문제로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방식에서 미국은 결단코 북미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로 확산시키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미간의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북한의 핵문제를 적대적 관계 해소를 통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를 국제화시킴으로서 본질적 문제를 희석화시키고 가리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대신에 원유공급 중단 등 북미기본합의서를 사실상 백지화시키고 계속 압력을 가하자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사태가 이 지경으로 발전하게 되자 부시 행정부는 그를 기화로 이른바 외교적 해결, 예컨대 IAEA 이사회의 핵개발 포기와 NPT 질서 유지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 채택과 유엔 상정 등을 통해 압력을 추구하려 했으나 이러한 방식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부시 행정부는 북한, 미국과 함께 한국 일본 호주 러시아 중국 EU 등으로 다자회담을 주장한 바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중국 주도하에 3자회담이 북경에서 열리게 되었다. 이 3자회담에 대해 한미정상들이 표면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으나 부시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다자회담을 주장하게 되었으며 여기에 남한과 일본이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

아직도 미국은 북경에서 북한 대표가 제시한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에 대해 그에 대한 것을 신중히 검토중이라는 얘기만 되풀이했을 뿐 그에 대한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과는 절대로 쌍무적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다자회담만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미국의 다자회담 주장에 대해 북한은 `선 북미회담 후 다자회담`이라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5월24일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미국이 실제로 대북 정책을 전환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먼저 북미 쌍무회담을 하고 계속하여 미국이 제기하는 다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하면서 또한 `순수 북미사이에만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있는 만큼 북미 쌍방이 마주 앉아 서로 정책에 대한 솔직한 논의를 해 봐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다자회담도 할 수 있으며 또 결실 있는 회담으로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북한은 6월18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다자회담 주장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고립압살 행위를 가리는 위장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표방하는 다자회담에도 기대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의 대북 고립압살정책에 대처한 정당방위 조치로서 자위적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컨대 북한은 진정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를 협상을 통해서 해결할 의사가 있으면 `선 북미회담 후 다자회담`이라는 이른바 다자회담 틀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며, 미국이 현재 계속해서 취하는 대북 강경정책으로 보아 다자회담에 응할 수 없고 물리적 자제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다자회담과 관련한 주변 관련국들의 입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다자회담을 지지하는 입장이며, 5자회담은 물론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도 수용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북미간의 문제해결이 핵심문제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해결방식에서 다자 틀 속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중국은 3자회담을 원칙적으로 주장하면서도 신축성 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6월20일 중국 후진타오 주석은 방중(訪中)한 정대철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3자회담이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이며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노력의 결과로 열렸다고 하면서 "3자회담은 평화적 해결을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고 완전한 해결까지는 머나먼 길을 걸어야 한다"며 "북한이나 미국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고, 성의 있고 실질적이고 융통성 있는 태도를 취하면 평화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19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일본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복수의 국가가 참가하더라도 마주 대면해 이야기를 하는 동안은 2국간의 협의라고 부를 수 있다"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창조력과 상상력을 동원하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우는 북미대화로서 북미간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안보 틀을 6자회담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핵문제 해결에서 다자회담으로 추진될 경우 러시아도 참가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또한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해 반대하며 북한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고, 푸틴 대통령은 20일 러시아 전국에 생중계된 내.외신 합동 연례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북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국제분쟁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한반도 위기를 평화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안보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주변국 모두가 선의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자회담에 대한 해결방식에서 주변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설사 열린다 하더라도 북미간의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지 않고서는 다자회담에서 거론할 내용이 없는 것이다.

특히 그간 북미간에는 북한과 클린턴 행정부와 8년간에 걸치는 협상 과정이 있었으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기본합의서를 비롯한 북미간의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이 마련됐던 것이며 이러한 기존의 북미간의 합의를 전제로 해서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미간의 대화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다자회담에서의 의제가 마련될 수 없는 것이다.

3) 왜 미국은 북미간의 회담을 거부하고 다자회담만을 고집하는가

북미회담이 열리게 되면 예비회담에서 사전에 의제가 먼저 확정돼야 한다. 의제는 다름아닌 미국이 우려하는 문제, 예컨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 또한 북한이 바라는 자주권 확보와 내정불간섭, 그리고 경제건설에 장애요인 해소 등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두 가지 의제를 가지고 북미간에 회담을 한다는 것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및 국제사회가 바라는 것이며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라고 그를 지지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회담의 결실 여부는 차후 문제로 보더라도 그러한 의제를 가지고 북미간에 협상이 시작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북미간의 회담은 그 과정이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성과 공정성, 평등성에서 일탈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회담에서 일방주의적인 억지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그 자체가 한반도에서의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된 군사적 긴장이 크게 해소되고 전환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북경 3자회담에서 북한측이 제시한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그에 대한 아무런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은 채 북한과는 대화 절대불가론을 주장하면서 주변 관련국들과의 이해관계로 결부시키고, 한편 국제적으로는 여론을 조성하여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북미간의 협상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오늘날 부시 행정부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지배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이라크 침략전쟁과 같은 군사주의적이고 일방주의적인 무력수단에 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고 있으며, 그러한 군사주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또는 명분을 찾기 위해서 자기의 비위에 맞지 않는 나라들을 불량국가, 악의 축, 테러지원국, 대량살상무기 보유국 등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 하나의 대상이 바로 북한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협상이 시작되면 앞서 지적한 대로 부시 행정부의 세계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군사주의적 행동의 명분이 상실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게 되면 이란, 시리아 등등의 협상요구도 거절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둘째,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MD(미사일방어) 체제 구축과 세계 각처에 주둔한 미군의 재배치와 그로 인한 새로운 첨단 무기로의 군사력 증강정책과 관련이 있다. MD 체제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로 인한 군사력 증강은 부시 행정부의 군산복합체제를 정치기반으로 삼고 있는 상황하에서 그들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보장해야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군사적 문제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의 미 군사력의 강화는 물론이며 주한미군의 전력증강을 위한 첨단무기 도입으로 110억불을 책정을 하고, 미국은 MD 체제의 일환으로서의 그에 걸맞는 무기수입 비용으로 군사비 증강을 한국정부에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증강 계획은 북한의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그 명분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북미간의 쌍무협상을 미국은 반대하는 것이다.

남한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편승하여 올해 예산 17조4천2백64억 원보다 28.3%(4조9천2백31억 원) 증가한 22조3천4백95억 원을 내년도 국방예산으로 편성했다고 한다. 미 국방부 부장관은 남한을 방문하여 관계 당국자들에게 지금의 국방비 GDP 대비 2.7%에서 3.2% 수준으로 상향시킬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셋째, 6.15공동선언 및 그 실천과 관련되어 있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때와는 달리 북미간에 적대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냉전시대 때와 같이 지속적인 적대관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6.15 공동선언 그 자체를 못마땅히 생각할 뿐만 아니라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햇볕정책)을 내심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6.15공동선언의 원만한 실천은 남북간의 신뢰와 민족단결은 물론이며 군사적 긴장도 해소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민족공조의 틀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한미공조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되며 따라서 미국은 북미간의 회담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만약 북미간에 회담이 시작이 되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도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전개될 것이 분명하며 특히 경의선.동해선과 그와 연결된 도로의 관통이 이루어지고 그를 통한 남북간 인적 및 물적 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이는 남북간의 혈맥과 지맥을 연결하는 것으로 되어 휴전선에 의한 남북간 군사적 적대관계가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령부는 물론이며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넷째,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동맹에 대한 평등관계 주장 또한 여중생 압살사건을 계기로 한 반미감정 확산,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발언과 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반대와 저항 등등의 현상은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이른바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 광기어린 반응을 보이고 그를 클로즈업시키는 것은 이처럼 약화되어 가고 있는 한미동맹을 회복하고 더욱더 강화하는데 큰 목적이 있다고 볼 수가 있다.

특히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시 행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에 제1차적 관심을 돌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간 반세기 이상 미국이 구축해 온 한미관계(한국에 대한 지배)는 미국의 국익과 직결돼 있으며 나아가서 동북아전략에 중요한 축과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5월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은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을 한층 강화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한미동맹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미공조로 표출되기 마련이며 따라서 민족공조와는 상치되는 입장이다. 오행설에서 말하는 수화상극(水火相剋)의 관계인 것이다.

참여정부는 기존의 이른바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킨다고 하면서도 남북공조, 민족공조라는 표현을 한번도 쓰지 않고 있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은 남북한 민족이 주체가 돼야 하는 만큼 남북한 민족공조는 당연히 강조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공조만을 강조하고 민족공조라는 말은 일체 쓰고 있지 않은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동맹 강화 문제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실리적이며 협조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과 참여정부의 민족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한계성 때문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섯째, 북일관계의 개선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9월 17일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방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그리고 그 결과로서 발표된 `평양선언`은 북일간의 관계개선과 동북아에 새로운 안보 틀 구축, 그리고 경제협력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충격과 우려의 사건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이즈미 방북 10여일 후에 이루어진 미 켈리 특사의 방북은 어느 면에서는 북일관계 진전에 대해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었다고도 볼 수가 있다. 당시 일본 여론들도 이러한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그후 일본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평양선언은 사실상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유보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난 6월초 노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 결과로서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는 평양선언을 바탕으로 한 북일국교정상화 실현을 지지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는데 만일 북미회담과 협상이 열리게 되면 북일관계 개선을 위한 평양선언의 실행이 다시 대두될 것이라는 게 분명하다. 

이렇게 될 경우 미일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군사동맹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아가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새로운 안보 틀 구축이 현실화 될 것이고 일본은 미국과의 종속관계에 영향을 주고 상대적으로 미국이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일방주의적인 정치군사적 영향력 행사는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제시한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에 대해 북미간의 쌍무회담이 열리게 되면 미국은 종래의 한미동맹, 미일동맹, 그리고 대북정책에 있어서의 미국 주도의 3자공조 체제는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섯째, 부시 대통령의 내년도 대선을 통한 정권재창출과도 관련이 있다. 그간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을 수차 밝힌 바 있다. 그것은 정권재창출에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기의 지지율을 높이고 선거에서 승리하자면 9.11 동시적이고 다발적인 테러를 계기로 조성된 미국국민들의 위기감과 공포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테러 및 불량국가에 대한 무력적 수단을 통한 지금의 강경정책을 계속 추구함으로써 이러한 목적을 달성시키려는 음흉한 책략이 깔려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미국내에서는 민주당 계열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략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조작과 관련한 정치적 공세가 강력히 제기되고 그것이 여론화되고 있다.

또한 이라크내에서 계속되는 무정부 상태와 미 점령군에 대한 이라크 민중들의 높아가는 저항과 투쟁, 그리고 팔레스타인 문제,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인한 후유증, 미국내의 경제침체 등 이러한 불리한 여건들이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연결되며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그 출로의 하나로서 북한의 핵문제 해결보다는 지금과 같이 핵문제와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거기에 첨가하여 근거도 없는 마약, 위조지폐 등등을 클로즈업시켜 군사적 긴장을 지속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는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도 북한이 주장하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쌍무협상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2. 민간통일운동의 방향


첫째, 최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전개되고 있는 모든 정세와 상황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핵개발 프로그램이 왜 그처럼 클로즈업되고 국제적 관심사로 몰고 가는가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중요하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가 진실되게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해결할 의사가 있느냐도 문제이다.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한사코 북한을 무장해제 시키자는 것이며 북한의 정권과 사회제도를 붕괴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대등한 입장에서 회담을 하려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무장해제만을 추구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후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라는 이야기는 한번도 한 적이 없으며 오직 북한체제의 붕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핵개발 프로그램을 명분삼아 미국은 물론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에도 북한에 대한 압박과 강제 수단을 동원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남한에 대한 지배의 연장선에서 그를 북한지역까지도 확대시키려는, `전(全)한반도의 침략`이라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에 부시 행정부는 다자회담을 주장하면서도 한켠으로는 ARF(아세안안보포럼)에서 북한의 핵포기 및 NPT 복귀라는 의장 성명서를 채택케 하고 또한 유엔 안보리에 상정시켜 의장 성명을 발표하도록 외교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외교적 압력에는 북한체제에 대한 체제보장 문제는 전혀 빠져 있으며 일방적으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범죄시 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조성해 가고 있다.

다 알다시피 북한의 핵문제는 그 해결방도로서 1994년 10월 북미기본합의서를 통해 제시된 바 있다. 그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부시 행정부다. 그러므로 오늘날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핵문제를 클로즈업시켜 세계의 이목을 여기에 집중시키려 하는 것은 결코 북미간의 문제를 회담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북한체제를 붕괴시켜 북한지역을 미국의 영향권으로 확보하겠다는 속셈 이외에 달리 생각할 수는 없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 참여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핵문제 해결만을 앞세우고 있으며 6.15공동선언에 대한 참 뜻을 이해하고 그를 민족문제로서 진지하게 추진시키려는 의지가 약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후 6.15공동선언에 대한 공식적인 재확인을 한 바 없으며 지난 6.15공동선언 발표 3주년 행사도 하지 않는 형편이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핵문제만 가지고 과민한 반응으로 외교적 역량소모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북미간에서 먼저 문제의 실마리가 풀려야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회담을 진행토록 적극적인 요구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북한의 핵문제에만 매달리게 되면 이는 미국의 전략에 말려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내에서 한반도에 관심있는 전직 관료 및 전문가들까지도 북미간의 불가침조약 체결은 물론 북한과 회담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하고 있는 형편인데도, 한국정부는 그러한 목소리를 중요시하고 그를 더욱 여론화시키는 외교적 활동을 전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백안시하고 있으며 국내의 여론조성에도 전혀 무관심한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은 당국으로 하여금 6.15공동선언 실천에 더욱 적극성을 띠는 방향으로 나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간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그리고 그간에 이룩된 남북관계의 발전이 크게 훼손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며 정상회담 성사의 주역들이 마치 법을 어긴 범죄자로 취급되어 구속조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6월23일 특검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더 이상의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 폄훼를 막을 수가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 대통령의 결단은 그간 정치권 일부 또는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조치는 참여정부가 6.15공동선언을 계승.발전시켜 나간다는 의미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이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은 정부당국으로 하여금 6.15공동선언 실천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잘 하는 점이 있으면 그를 적극 지지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통일운동단체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반대하고 한미공조, 한일공조 또한 한미일 3자공조를 통한 대북정책의 반민족적인 부당성을 비판하며 민족공조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광범한 군중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민족공조는 민족대단결을 의미하며 조국애와 민족애는 그 사상적 기초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민족분단이 외세에 의해서 강제되었으며 그로 인해 남북한 우리 민족이 엄청난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었으며 지금도 이러한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의 핏줄과 언어를 가진 단일민족으로서  5천년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우리 민족이 더 이상 분열되어 불신과 갈등관계로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등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국애와 민족애가 각별히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6.15공동선언을 실천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권을 확보하자는 것이며 외세의 간섭 없이 우리 민족이 민족문제의 주인이 되어 민족문제와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임을 특별히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남북간에 본의 아니게 서로 다른 이념과 제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은 다름아닌 분단에 의한 결과이며, 결코 이러한 남북간의 제도상 차이점이 서로간의 불신과 대결이 될 수는 없는 것이며 얼마든지 수천년 이어온 하나의 민족이라는 생활공동체의 틀 속에서 같은 혈육의 감정 속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민족이라는 집단의 틀은 각이한 이념과 제도 그에 상응하는 계급계층들을 수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넷째, 민간통일운동은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통일운동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전개될 수가 있으며 어떠한 규격화된 틀이 없는 것이다. 통일운동은 항상 창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여중생 사건에서의 촛불시위와 반전평화운동, 신자유주의반대투쟁 등도 통일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며, 계급운동은 물론이고 여러 계층의 이익집단들도 자기의 집단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통일문제, 통일운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계시켜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민족`이라는 슬로건 하에 남북간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의 연계 또는 자매결연과 같은 방법으로도 남북간의 민족단합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은 자기가 처해 있는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통일운동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물론 그러한 운동 과정에서 단체와 조직의 외연적 확장에는 항상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며, 이 경우 자주성 원칙, 통일의 기치하에 단결의 원칙, 과거를 불문하는 원칙 등 3원칙을 견지해야 하며 또한 공동의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연대해서 추진하는 그러한 자세와 입장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의 확대사업과 함께 통일운동단체에서 강력한 지도핵심체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앞으로 통일운동 발전에서 관건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한반도의 통일정세는 한마디로 말해서 민족문제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어 가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리한 정세는 남과 북의 단합된 민족의 힘으로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남북한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6.15공동선언을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면 그를 방해하거나 제동을 걸려는 모든 장애들은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세계의 평화애호 국가 그리고 민중들은 우리를 적극 지지할 것이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에서도 당시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을 적극 지지한 것처럼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이고 고압적이며 침략적인 대북정책을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더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은 남북간의 연대를 강화하여 공동의 힘으로 오늘의 역경(逆境)을 순경(順境)으로 전환시키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민족사에 합법칙적이며 필연성을 띤 우리의 민족문제 해결은 그 어떠한 힘도 막지 못할 것이다. 더욱더 우리의 민족문제 해결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자. (2003년 6월30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2003민족공동행사 부천추진본부` 주최와 `부천시민센터` 주관으로 열린 `부천시민 통일학교`에서의 강연 원고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0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