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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식자료실] 한반도 통일정세와 민족문제

저자
김남식
출처
사월혁명회
발행일
2003-03-06

한반도 통일정세와 민족문제


김남식(통일뉴스 상임고문)


1. 한반도 통일정세


여기서 말하는 한반도 통일정세란 주로 외적인 통일환경을 말한다고 볼 수가 있다. 물론 남한에서의 새 정부가 출범함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즉 기존의 남북관계 추진에 있어서 형성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비롯한 사업의 연속성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내적 환경도 포함되는 것이다.

먼저, 외적 환경에 있어서 그를 규제하는 결정적 고리는 북미간의 문제이며, 또한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된 주변 열강들의 이해관계에서 출발되는 그의 해결의 방식과 전망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외적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이른바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을 비롯한 국제기구 및 주변열강들과의 관계가 어느 단계에까지 와 있나를 우선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 알다시피 북미간에는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서 1994년 10월 북미기본합의서에 의해 그 해결의 방도가 마련되었는데 클린턴 행정부를 거쳐 부시 행정부에 이르러서 북미기본합의서는 사실상 미국에 의해 파기상태에 이른 것이다.

본래 부시 행정부는 집권하기 전부터 북미기본합의서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그를 사실상 백지화한다는 입장이었으며 그러한 입장이 집권함으로서 단계적 과정을 거쳐 무력화시키고 끝내는 파기하는 상태에 이르렀으며,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적대관계를 고조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부시의 이러한 대북 적대정책은 다름아닌 세계적 범위에서의 군사적 패권주의 실현과 직접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세계전략은 한 마디로 말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극 시스템 구축에 있으며 그에 적극 동조하는 나라는 동맹국이요, 그를 따르지 않는 나라는 이른바 `적대국` 또는 `불량국` 등으로 양분하는 이분법적인 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군사적 패권주의 실현은 MD체제를 비롯한 군사적 시스템이 그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가상의 적`이 있어야 하며 그 하나로 선택한 것이 북한의 핵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그간 주장해 온 테러와의 전쟁 대상국, 또한 북한 이라크 이란의 `악의 축`,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까지 포함한 북한 이라크 이란 리비아 시리아를 핵선제공격 대상국으로 규정한 것이 그 `가상의 적`의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을 하고 근거도 없는 핵무기 개발을 국제사회에 클로즈업시키면서 대량살상무기 포기와 파기를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이른바 핵개발에 대한 문제를 북미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입장이 아니며 이를 다자간 해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제사회에의 관심사로 부각시키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오늘날 북미간에 합의한 기본합의서가 파기상태와 다름이 없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집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미국이 의무사항으로 되어있는 연간 50만톤의 중유 제공이 중단되고 북미간에는 관계개선이 아니라 적대관계로 치닫고 있다.

둘째, 경수로 공사가 이미 완공단계에 이르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수로 1기의 기초공사가 진행중이며 그나마 28%에 머물고 있고 늦어진 공사마저 속도를 늦춘다는 상황이다.

셋째,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북미간에 해결하기로 한 기본합의서 정신에서 벗어나 IAEA에 넘김으로서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로 이관시켰다.

넷째, 북한은 기본합의서가 쌍무계약이라는 데서 `동시 행동` 원칙을 지켜왔는데,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본합의서에 대한 미국측의 이행중단 또는 사실상 파기 행위에 대해 그간 기본합의서에 따라 동결상태에 있는 핵시설에 대한 봉인을 제거하고 핵동력에 의한 발전소 건설 가동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섯째, 1993년 6월 북미간의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고 내정불간섭이라는 합의하에 NPT 탈퇴를 유보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는데, 이러한 합의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지키지 않음으로 해서 북한은 지난 1월10일 NPT를 탈퇴하는 결단을 내렸다. 따라서 IAEA의 간섭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최근에 미국 언론들에서 북한이 핵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있는데 이는 불확실한 정보차원의 보도로 볼 수가 있다. 이러한 북한의 핵을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며 그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된 해결의 접근방식에 있어 북미는 서로 다른 입장을 분명히 취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한마디로 말해서 다자간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 미국만의 책무가 아니라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역내 관련국 그리고 모든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논리이다.

또한 다자해결의 필요성으로서 북미간의 쌍무적 관계로 해결하게 되면 그에 대한 보상을 미국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자협의 방식으로서 5+5(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남한 북한 일본 EU 호주) 또는 5+2(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한국 일본)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입장은 다자간 협의를 통한 해결방식이 아니라 북미간에 협상을 통한 양자 해결방식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리하여 지난해 10월25일 북미간에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했으며 금년 1월10일 NPT 탈퇴 정부성명에서 `미국이 압살정책을 중지한다면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북미간에 별도의 검증을 통해 증명해 보일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법적 보장(미 의회 승인을 통한 조약 체결)을 한다면 IAEA가 아니라 북미간의 합의에 의해 미국의 우려사안(핵무기개발)을 공개하고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북한의 핵을 둘러싼 그간의 논쟁들은 결국 다자협의방식 또는 북미간의 양자협의방식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집약될 수가 있다. 물론, 그간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서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이 자기나름의 해결방식을 가지고 서로 협의하는 과정이 있었으나 뚜렷한 독자적인 방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두 가지 방식이 분명하게 부각되어 있는 상황하에서 남한정부와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이 어떠한 입장에서 이를 해결해야 될 것이냐 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참여정부`는 취임전에는 `북한의 핵무기개발 불가, 평화적 해결, 한국의 주도`라는 3원칙을 주장했으며,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여 핵외교를 전개한 바 있다.

지난 2월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평화번영정책`으로 설정하고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앞으로 북한의 핵개발은 절대 불가한다는 종래의 원칙적 입장만을 재강조했다. 그러나 북미간의 협상을 통한 접근방식보다는 미국의 다자협의를 통한 해결방식을 취하려는 입장인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새 정부는 그간 추진해온 화해와 협력정책을 계속 추진하는데 그 방법상에 있어서는 김대중 전임 정부의 결함으로 지적된 야당과의 합의, 국민에의 동의 하에 투명성 있게 추진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핵문제는 주로 외교적 방법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그를 추진하되 남북간에는 종래와 같이 교류와 협력을 계속 발전해 나간다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

그러나 대북정책에 있어서 야당과의 협력문제는 현재 정치쟁점화 되어있는 `대북송금문제`를 어떻게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현실적 과제로 되어 있다.

그간 6.15 공동선언 실천을 통해 남북 우리 민족은 하나임을 재확인하게 되었으며 남북간에는 평화적으로 화해하면서 통일지향적으로 공존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심정에 굳혀져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그간에도 남북 당국뿐만 아니라 남북 민간에서 교류한 바와 같이 한반도에서 예상할 수 있는 엄중한 사태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는데 합의한 바 있다. 이번 `3.1 민족대회`에서도 그에 참가한 남북 대표단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합의하고 민족선언으로서 발표했다.

1. 우리는 민족자주정신을 끊임없이 발양하며 자주권과 존엄의 실현을 위해 결연히 나설 것이다.
2. 우리는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우리 힘으로 지켜 나갈 것이다.
3. 온 겨레가 손에 손을 굳게 잡고 민족의 단합을 반석같이 다져 나갈 것이다.
4.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6.15 공동선언을 변함 없는 조국통일운동의 푯대로 들고 나갈 것이다.

이와 같이 한반도에서 미국이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 조성된 군사적 긴장국면을 극복하고 6.15 공동선언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 문제가 오직 남북한 당국을 포함한 온 민족의 현실적 및 역사적인 민족적 과제라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이 시점에서 민족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 민족문제


다 알다시피 우리 민족은 유구한 오천년 역사를 이어온, 다른 민족보다도 뛰어난 기상과 용맹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지혜로운 민족이다. 오천년 역사를 창조해 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외침을 받았으나 그를 슬기롭게 극복해 오면서 민족의 징표인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 `하나의 지역`을 지켜왔다.

인류의 역사가 민족단위로서 발전해 나가는 역사라고 할 때 각 민족의 역사는 그 민족의 존재와 발전의 역사인 동시에 인류사회가 존재하는 한 민족이라는 생활공동체 집단도 영원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민족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성장과 더불어 형성되었고 그러기에 자본주의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민족의 조락`론과는 달리, 민족은 영원히 존재하며 자기 발전법칙에 따라 계속되어 나가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우리 민족도 인류역사와 더불어 형성되었고 앞으로 영원히 존재할 것이며, 자기의 존재와 발전논리에 따라 계속 역사창조의 주체로서 자기역할을 다 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민족의 존재와 발전에 있어서는 민족 내적인 요인과 더불어 외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아 민족으로서의 주체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런데 흔히들 민족문제를 단순히 해외에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권리에 관한 문제로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참된 민족문제란 민족의 생명과 운명에 관한 문제 그리고 민족의 자주적인 권리에 관한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이를 좀더 구체화한다면 민족문제라 할 때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민족의 자기 운명에 대한 주인으로서의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관한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민족문제는 본원적으로 민족이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역할을 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민족이 어떠한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반대하고 멍에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민족해방운동을 의미한다. 셋째로는 민족문제란 세계의 수많은 민족들간의 불평등을 제거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세 가지 문제로 민족문제를 정리한다면, 오늘날 우리 민족앞에는 이 세 가지 문제가 모두 포함된 민족문제로 봐야 한다.

한반도 분단과 민족의 자주권 확보는 어디까지나 민족의 문제이지 계급의 문제는 아니다. 하나의 생명 유기체로서의 민족이 갈라진 것은 민족논리에 의해서 민족의 혈맥을 잇는 문제이며 분단된 남북 민족의 대단결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계급논리가 성립될 수는 없는 곳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것과 동시에 민족성원으로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민족이라는 하나의 사회적인 사람의 집단이 주체가 되어 민족사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민족문화라는 것이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경우 오천년 역사를 이어오는 과정에 사회제도를 달리해 왔으며 그 과정에 계급관계도 변화해 왔다. 그러나 민족이라는 하나의 틀인 생활공동체는 변함없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비추어 볼 때, 민족 전체에 난관이 조성된다면 계급과 계층간에 요구와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민족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고 그를 위해 대통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이러한 민족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민족논리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6.15 공동선언은 사상과 이념, 제도를 초월해서 민족의 대단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6.15 공동선언은 우리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지침이라고 볼 수가 있다. 특히 6.15 공동선언에서 강조되고 있는 자주성 문제는 민족의 생명에 관한 문제를 표현했다고 볼 수가 있다. 민족의 자주성이란 민족의 생명과 같은 것이며 민족의 자주성이 회복될 때만이 민족의 존재와 발전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민족의 자주성 확보가 민족문제의 핵심적 과제라는 것은 바로 여기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주성을 상실한 민족은 생명 잃은 민족으로 봐야 하며, 민족 자체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주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우리의 경우 민족문제라고 할 때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민족의 자주권 확보 문제로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민족사적 과제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변방의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의존의 역사를 강요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21세기 동북아 시대의 중심국가로 웅비할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 왔습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 나가야 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서 오늘의 민족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방향성을 지적한 것으로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우리 민족앞에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민족의 자주성 확보, 외세의 종속에서 벗어나는 것, 각 민족과의 호혜평등 원칙에서의 협력과 공존`이라는 세 가지 내용이 민족문제의 중요한 과제로서 제기되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앞의 한반도 통일정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오늘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미국에 의해 더욱더 고조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환경은 우리들에 대해 민족문제 해결에서의 자주권과 생존권 확보, 민족의 영예를 지킨다는 민족문제가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임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리 민족은 어떠한 희생의 댓가를 치르더라도 이러한 민족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2003년 3월6일 사월혁명회 월례발표회 강연 원고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0 112.160.110.45